청와대와 감사원장의 ‘알력’으로 아홉달 동안이나 공석이던 감사위원에 조은석(56) 변호사가 임명됐다.
감사원은 15일 오전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날 신임 감사위원에 조은석 변호사를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 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여 이날 오후 바로 임명을 재가했다.
청와대, 감사원의 임명제청 사실 공개 뒤 5시간 만에 재가
헌법과 감사원법 등은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고, 감사원과 청와대는 그동안 협의를 통해 적정 인사를 임명해왔다. 지난 2018년 1월 취임한 최 원장도 월성 1호기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뤄진 4명의 감사위원 임명은 기존 관행에 따라 큰 마찰 없이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최 원장이 지난해 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사실상 반기를 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지난해 4월 물러난 이호 감사위원의 후임에 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제청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최 원장이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최근엔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에 착수하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 인사들과 최 원장 사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이날 조은석 변호사를 임명제청한 사실을 공개하고 청와대가 바로 임명한 것은 서로 ‘정치적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소신껏 지휘”…여권선 긍정 평가
1965년생인 조 감사위원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9회에 합격해 검찰에 27년간 몸담았다. 검찰에선 대검찰청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서울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거쳐 2019년부터 변호사로 일해왔다. 대검 형사부장이던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자 현장에 출동하고도 제대로 된 구조에 나서지 않았던 해경 123정장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123정장은 유죄가 확정됐지만, 2015년 12월 통상 초임 검사장급이 배치되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됐다. 조 감사위원은 이때 사법연수원 원장으로 부임한 최 감사원장과 연을 맺었다. 조 감사위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검찰총장 후보 ‘0순위’로 분류되는 서울고검장으로 임명됐으나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옷을 벗었다. 여권 내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 내에서 조 감사위원이 한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특수통 출신으로 정치인들과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악연이 많다.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 소속이던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일 전 의원,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시절 용산참사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총괄했고, 대검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에는 대검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시절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사건을 수사해 여야 정치인을 무더기로 기소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날 조 변호사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한 이유로 “2014년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세월호 참사 수사를 원리원칙과 소신대로 지휘하는 등 냉철한 상황 판단과 강직한 성품이 강점이라는것이 정평이다. 아울러 검찰 내부 상하 관계에 있어서도 합리적 의견 개진과 소탈하고 따뜻한 화법으로 소통해 검찰 조직문화를 건강하고 유연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길윤형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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