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과 당직자들이 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출구조사 발표를 본 뒤 퇴장하고 있다.
민심의 분노는 무서웠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며 압승했던 더불어민주당은 1년 만에 사실상의 전국선거에서 무너졌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약체였다. 그런데도 상당수 유권자가 오세훈 후보에게 ‘묻지 마 투표’를 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참패다.
7일 저녁 발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는 오세훈 후보 59%, 박영선 후보 37.7%였다. 정확한 수치는 개표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 그래도 출구조사 득표율 격차 21.3%포인트는 양당의 예상치보다 훨씬 큰 격차다.
과거 더 큰 득표율 격차도 있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61.05%, 강금실 27.31%로 33.74%포인트 차이가 났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 후보 지원 유세 도중 얼굴에 칼을 맞았던 바로 그 선거다. 2018년에도 박원순 52.79%, 김문수 23.34%, 안철수 19.55%로 1·2위 간에 29.45%포인트 차이가 났다. 북-미 정상회담과 야권 후보 분열 때문이었다. 두 차례를 제외하면 서울시장 선거는 대체로 10%포인트 안팎에서 승부가 갈렸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7.2%포인트 차이로 나경원 후보를 따돌렸다.
득표율 격차만으로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두말할 나위 없는 여당의 참패다. 하지만 득표율 격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다.
첫째, 민주당 연승 행진이 끝났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선거 4연승을 거뒀다. 이번 4·7 재보선은 사실상 전국선거였다. 연승이 끝났다는 것은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음 전국선거는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다. 민주당 재집권 가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둘째, 정부·여당 지지도가 한꺼번에 주저앉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토지 사전매입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2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40% 정도로 버티던 문재인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도 동반 하락했다.
엘에이치 사태가 그렇게 큰 정치적 사고였을까? 그건 아니다. 그런데도 정권심판론이 왜 이렇게 갑자기 밀어닥쳤을까? 근본적 원인이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갑자기 밀어닥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조국 사태가 시작이었다. 오랫동안 잽을 너무 많이 맞아서 다리가 풀렸기 때문에 엘에이치 사태가 결정타로 작용한 것이다. 핵심은 내로남불이다. 문재인 정부는 윤리적 리더십이 무너졌다. 윤리적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하면 기본소득이든 기본주택이든 의미가 없다. 다음 대선도 위험하다.”
직접적 원인도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엘에이치 사태 대처는 치명적 오류였다. 정부·여당은 엘에이치 사태의 본질을 부패의 문제로 봤다. 과거 정권부터 시작된 적폐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엘에이치 사태의 본질은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었다. 무능한 집권 세력이 책임을 과거 정권으로 떠미는 모습을 보고 민심은 격노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등이 7일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살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야당 후보들의 비리를 추궁했다.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를 ‘엠비(MB) 아바타’로 몰았다. 4·7 재보선은 이전투구로 전락했다. 박영선 후보와 김영춘 후보의 경쟁력은 사라졌다. 야당이 짜 놓은 ‘오만한 정권 심판’ 프레임에 스스로 발을 집어넣은 셈이다.
선거는 끝났다.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왜 졌는지 알기는 알까? 아직 잘 모를 수도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