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크루즈의 자율주행차 오리진.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어졌다. 크루즈 제공
운전대(핸들), 페달, 앞유리, 사이드 미러….
각국의 교통당국이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요구하고 있는 최소한의 자동차 안전 제어 장치들이다.
미국 교통당국이 이 전통적 기준에서 운전대와 페달을 필수 항목에서 제외한 새로운 자율주행차 안전 설계 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구글 웨이모와 지엠 크루즈에
유료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승인한 데 이어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로 가는 또 하나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10일 발표한
155쪽짜리 자동차안전표준 지침에서, 다른 안전 규정을 충족하는 걸 전제로 운전자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뀐 자동주행 시스템(ADS)을 장착할 경우 수동 제어 장치가 없는 차량을 제작하고 공급해도 좋다고 밝혔다. 스티븐 클리프 부국장은 그러나 “현재 승용차와 동일한 탑승자 보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에서 시험운행 중인 크루즈의 자율주행차 오리진. 크루즈 제공
이번 조처는 도로교통안전국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용한 지 6년만이다.
앞서 2020년 뉴로가 자율주행 배송 차량에 대해 수동 제어 장치 없는 차량 운행을 승인 받은 바 있지만, 이는 안전지침을 개정한 것은 아니었고 예외를 적용한 경우였다. 뉴로는 구글 자율주행차 기술진이 2016년 창업한 회사로,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1조원 이상을 투자받은 회사다.
현재 미국에서 시험운행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에는 긴급 상황시 이용할 수 있는 수동 제어 장치와 보조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승인받은 회사는 30여개사에 이른다.
오리진의 주요 용도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공유형 자율주행 전기차다. 크루즈 제공
이번 결정은 지엠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크루즈가 지난달 핸들과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제작과 운행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한 지 한 달만에 나온 것이다.
지엠은 구글 웨이모보다 자율주행차 개발엔 늦게 뛰어들었지만 운전대나 보조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엔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크루즈는 지난해 7월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 오리진을 공개하고 2023년 초부터 생산과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루즈는 오리진을 올해 말부터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오리진은 미니버스 모양의 자율차로 내부에 핸들이나 페달이 없어 실내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승객들은 서로 마주보고 앉게 돼 있으며 출입문은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 방식이다.
크루즈가 생각하는 오리진의 용도는 호출택시형 공유 전기차다. 크루즈는 오리진이 직접 운전을 하기가 어려운 고령자, 맹인 또는 저시력자, 장애인 그리고 교통 수단 이용이 어려운 지역민 등 교통약들을 위한 대안 이동수단으로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