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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세계 비만 관리 비상…2030년 10억명 넘는다

등록 2022-03-15 10:02수정 2022-03-17 11:19

여성 5명 중 1명, 남성 7명 중 1명꼴 전망
비만율 따라 코로나 누적 사망률 4배 차이
비만은 만성 질환을 부르는 주요한 요인이다. 픽사베이
비만은 만성 질환을 부르는 주요한 요인이다. 픽사베이

“코로나 백신을 찾을 때까지, 이 혼돈에 맞설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다.”

노벨위원회는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유엔의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을 선정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식량과 경제 사정 악화로 식량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아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영양실조 상태의 인구가 2020년 7억6800만명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1억1800만명이 늘었다. 지구촌 인구 10명 중 1명꼴이다. 영양 부족은 건강을 악화시켜 질병 위험을 높인다.

식량을 충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만 문제인 건 아니다. 세계인의 건강을 지키는 데는 식품의 질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값싼 정크푸드, 즉 열량은 높고 영양은 낮은 식품은 이런 면에서 세계인 건강의 적이다. 정크푸드는 만성질환의 근저에 있는 비만을 유발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과도하게 섭취한 열량은 몸 안에 지방으로 저장된다. 몸이 기존 지방세포 크기를 확장하거나 더 많이 만들어내 지방 저장 창고를 늘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비만이다.

코로나19에서 사망률이 높은 당뇨,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의 뿌리에 비만이 자리한다. 세계비만연맹의 지난해 3월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까지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250만명 중 220만명이 과체중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발생했다.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가 25kg/㎡ 이상인 사람의 사망률은 10배 더 높다. 체질량지수 25는 적정체중과 과체중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체질량지수가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또 2022년 1월 현재 과체중 인구가 50%를 밑도는 70개국에선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이 10만명당 31명인 반면, 과체중 인구가 50%를 넘는 94개국의 누적 사망률은 10만명당 115명이다. 거의 4배 차이다. 연맹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성인 비만 인구 비율이 50%가 안 됐더라면 코로나19 사망자 550만명중 300만명의 죽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저소득국가 증가율 최고…20년새 3배 전망

이런 사례는 세계보건기구가 비만의 종식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는 2025년까지 세계의 비만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세계비만연맹은 최근 발표한 ‘세계 비만 지도’(World Obesity Atlas) 보고서에서 세계 비만 인구(성인 기준)가 2030년까지 1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0년 5억명의 두배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비만 인구의 비율은 전체 성인의 18%인 10억2500만명으로 여성 5명 중 1명(5억8600만명), 남성 7명 중 1명(4억3900만명)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크푸드 섭취율이 높은 저소득 및 개발도상국에서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고서는 저소득 국가의 2030년 비만 인구는 2010년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대비 비만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북미와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이다.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인구의 거의 절반(47%)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비전염성 질병 사망의 4분의 1이 과체중에 기인

그러나 증가율로만 보면 아프리카가 가장 높다. 미국의 비만 인구 증가율은 50%인 반면, 아프리카는 200%에 이를 전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여성의 절반이 체질량지수 30이 넘는 비만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경우 비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4분의 1이 과체중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새롭게 개발한 ‘비만-비전염성 질병(NCD) 대비 지수’를 보면 비만 증가에 가장 잘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30개국이 모두 고소득 국가다.

비만 인구 문제가 가장 덜한 지역은 동남아 및 동아시아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2030년까지도 비만 인구 비율이 한자리수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만 문제 가장 덜한 지역은 한국 등 동·남아시아

한국도 비만 관리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나라에 속한다. 2030년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성인 인구 비율은 6.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질병 대비 지수도 183개국 중 17위로 상위권이다. 그러나 연평균 증가율은 성인 2.4%, 어린이 2.6%로 비교적 높아 향후 관리가 중요하다.

세계 비만 여성의 절반은 11개국에 집중돼 있다.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터키, 파키스탄이다. 세계 비만 남성의 절반은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이집트, 독일, 터키 9개국에 몰려 있다.

패스트푸드는 대표적인 고칼로리 식품 가운데 하나다. 픽사베이
패스트푸드는 대표적인 고칼로리 식품 가운데 하나다. 픽사베이

비만을 부르는 세가지 요인

비만을 부르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유전적 요인이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는 정도가 다르고,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거나 조금만 먹어도 살이 붙는 데는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 과학자들은 비만에 관여하는 유전자 400여개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은 식욕, 포만감, 대사작용 등에 관여하며 섭식에 영향을 끼친다. 유전자의 영향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하버드대 의대 자료에 따르면 적게는 25%, 많게는 70~80%를 차지한다.

둘째는 식생활 환경 문제다. 현대인들은 필요량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 예전보다 물산이 풍부해진데다, 어디에서나 쉽게 식품을 구할 수 있는 도시 환경에 살고 있는 탓이 크다. 예컨대 거리에 널려 있는 패스트푸드점의 메뉴는 피자, 청량음료 등 고칼로리 음식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가공식품과 간식거리도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

셋때는 활동량 부족이다.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움직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로봇 청소기 등 몸을 덜 써도 되는 각종 생활편의용 가전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생활 활동 반경을 줄이는 재택 근무가 코로나로 더 확산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150명여명의 세계 보건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오는 5월 세계 보건 총회를 앞두고 전 세계 보건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2025년까지 비만 인구를 2010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시급하고 포괄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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