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끼고 있는 터키 남서부 쿰루카의 온실재배 지역. 나사 제공
시골길을 걷다 보면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비닐하우스를 곳곳에서 마주치게 된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개발된 비닐하우스 온실은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기를 늘려주고 온도, 습도 조절로 수확량을 늘려줌으로써 세계 식량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해왔다. 온실이 들판을 하얗게 덮었다고 해서 온실 재배가 불러온 농작물 증산 효과를 ‘백색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 세계의 비닐하우스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중국의 경우 농경지의 3%가 비닐하우스 재배지라는 보도가 있었다. 총 경작지 1억2800만ha 중 400만ha가 비닐하우스에 덮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 면적의 거의 70배에 해당한다. 2025년까지 200만ha 규모의 온실이 더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도 전체 비닐하우스 재배 면적이 5만1천여ha(2016년 기준)에 이른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과 스페인, 터키를 비롯한 지중해 지역은 세계적으로 온실 농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터키 남서부의 온실 재배 지역. 왼쪽이 뎀레, 오른쪽이 쿰루카다. 2021년 5월19일 랜드샛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플라스틱재배’(plasticulture)라는 새로운 농업 방식으로 자리잡은 비닐하우스는 이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사진에서도 도드라져 보이는 지구 표면의 한 특징이 돼버렸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최근 지구관측위성 랜드샛 8호가 촬영한 터키의 비닐하우스 사진(위)을 공개했다. 사진 속의 터키 남서부 지역은 햇빛에 반사된 흰색 온실 지붕으로 뒤덮여 있다. 이 지역의 온실 재배 작물은 주로 토마토, 고추, 오이다. 나사에 따르면 터키는 세계 4위의 온실 재배 국가로 그 규모가 772㎢에 이른다.
스페인의 알메리아 남서쪽 해안평야지대의 비닐하우스다. 1974년엔 거의 보이지 않던 비닐하우스가 2004년엔 이 일대를 완전히 뒤덮고 있다. 규모가 2만헥타르에 이른다. 2004년 2월7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유엔환경계획(UNEP)/2005
농작물 재배에 온실 비닐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 농작물을 해충과 잡초에서 보호하기 위해 밭고랑에 설치하는 비닐덮개도 있다. 2020년 중국 과학자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비닐 덮개가 차지하는 면적은 중국 농지의 13%로, 비닐하우스의 4배에 이른다.
에콰도르의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있는 카얌베계곡의 비닐하우스다. 북미로 보낼 장미를 주로 재배한다. 2017년 9월20일 랜드샛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농사에 쓰이는 비닐은 작물 수확이 끝나고 나면 환경 쓰레기가 된다. 다 쓴 비닐은 그냥 방치할 경우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농토와 강물을 오염시키고, 태워버리면 유독성 물질을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생태계를 돌고 돌아 극지대는 물론 인간의
혈액에서도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배 과정에서 농약이 묻기 때문에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농작물 보호를 위해 밭고랑에 설치한 비닐 덮개. 위키미디어 코먼스
하지만 늘어나는 식량 수요는 비닐 수요를 더 늘리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용 플라스틱에 대한 전 세계 수요는 2018년 610만톤에서 2030년 950만톤으로 50% 늘어날 전망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