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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현대차, 포르셰, 아메리칸항공…항공택시 시장 선점 경쟁 후끈

등록 2023-04-03 10:00수정 2023-04-06 09:15

연구개발 단계 지나 상용화 준비 단계로
유나이티드항공 등 2025년 상용화 선언
자동차·항공기제조업체·항공사 각축전
독일의 2인승 항공택시 볼로콥터2X가 2021년 11월 김포공항에서 유인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이날 비행 거리는 3km, 최대 고도는 50m였으며 최대 속도는 시속 45km였다. 볼로콥터 제공
독일의 2인승 항공택시 볼로콥터2X가 2021년 11월 김포공항에서 유인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이날 비행 거리는 3km, 최대 고도는 50m였으며 최대 속도는 시속 45km였다. 볼로콥터 제공

항공기는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도착하는 운송수단이다. 하지만 공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항공기 이용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갈수록 심해지는 도시의 교통 정체는 공항 접근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도로 사정과 상관없이 공항과 도심 또는 시내를 빠르게 이동할 수는 없을까?

세계의 주요 항공기 및 자동차 제조업체, 항공사들이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항공택시(에어택시)다. 이들은 직접 또는 기술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항공택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상 버스나 택시, 지하 철도에 이은 제3의 교통수단으로 항공택시를 개발해 도시 교통 문제도 해결하고 새로운 운송 시장도 창출하는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다. 이들은 전기로 작동하는 항공택시가 각 업체들의 2050년 탄소 제로 목표 달성에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항공택시의 주력은 전기(배터리)로 작동하는 수직이착륙기(eVTOL) 다. 지상의 택시처럼 2~6명이 탑승해 수십km 거리를 날아간다. 조비(Joby), 아처(Archer) 등 항공택시 개발 업체들은 연구 개발 단계를 벗어나 초기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추세라면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2025년 항공택시가 정식으로 운항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정부 주도 아래 2025년을 목표로 공항과 서울 시내를 연결하는 항공택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은 상용화의 예고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항공택시 개발업체 볼로콥터는 파리올림픽 기간 중 항공택시를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준비하기 위해 최근 1억7천만달러(22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자율주행차와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하던 항공택시의 도입 일정이 가시화한 데는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을 가진 기존 운송시장의 주역들이 잇따라 참여한 영향이 크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사전구매한 아처의 항공택시 미드나잇은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이 탑승한다. 아처 에이비에이션 제공
유나이티드항공이 사전구매한 아처의 항공택시 미드나잇은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이 탑승한다. 아처 에이비에이션 제공

항공사들, 잇따라 대량 사전구매

미국 4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전기 수직이착륙기 제조업체 아처와 손잡고 2025년부터 시카고에서 항공택시를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운항 구간은 오헤어공항~시카고 서부의 헬기장이다. 현재 1시간 이상 걸리는 이동시간을 10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처의 항공택시 미드나잇은 5인승이다. 조종사 1명과 승객 4명이 탈 수 있다. 한 번 충전에 최고 시속 240km 속도로 160km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운항에서는 10여분의 충전 시간 여유를 두고 40km 이내의 도심 구간을 왕복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탑승 요금은 고급택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미 100대 구매 계약을 맺었고, 아처는 연간 650대의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두 회사는 2025년 뉴욕에서도 맨해튼과 뉴어크 리버티공항을 연결하는 항공택시를 운행한다.

수직이착륙기 인증 책임을 맡고 있는 미 연방항공청(FAA)은 “2024~2025년엔 하늘에서 이 항공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은 영국의 수직이착륙기 제조업체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에 항공택시 250대를 사전주문했다. VX4라는 이름의 이 항공택시도 조종사를 포함해 5인승이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는 버진 어틀랜틱, 에어아시아, 일본항공 등 주요 항공사로부터 1400대의 주문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항공택시 개발업체의 선발주자인 조비 에이비에이션의 항공택시. 조비 제공
미국 항공택시 개발업체의 선발주자인 조비 에이비에이션의 항공택시. 조비 제공

자동차업체들, 대량생산 노하우로 승부

자동차업체들도 항공택시를 유망한 미래 이동수단으로 보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업체의 장점은 대량 생산 및 공급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푸조, 시트로엥, 크라이슬러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텔란티스는 아처에 2억2500만달러를 투자하고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처의 수직이착륙기 독점 제조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는 항공택시 진출을 “자동차 제조업체가 직면한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 실존적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의 도요타는 아처의 경쟁업체인 조비와 손을 잡았다. 도요타 역시 조비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한편 시험 제조공장 설계에 도요타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혼다는 수직이착륙기를 개발해 자율주행차량과 연계한 도심 이동성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에선 포르셰가 브라질 항공기제조업체 엠브라에르의 이브 에어 모빌리티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볼로콥터와 제휴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영국 코번트리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수직이착륙장. 현대차가 일부 지분을 갖고 있다. 어번-에어포트 제공
지난해 4월 영국 코번트리에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수직이착륙장. 현대차가 일부 지분을 갖고 있다. 어번-에어포트 제공

현대차 “미래사업 30%는 도심항공”

현대자동차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몇년 전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2021년 11월 미국에 항공 모빌리티 자회사 슈퍼널(Supernal)을 만들었다. 2028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자율운항에 기반한 항공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최근 서울 용산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연구소를 짓기 시작했다.

항공택시가 활성화하려면 항공택시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차가 지분을 갖고 있는 영국의 어번-에어포트는 2027년까지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호주, 한국 등 전 세계 65개 도시에 200개의 항공택시 전용 비행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 창립자 리키 산두는 기차역 건너편, 도심이나 사무실에서 60초 거리 등을 후보지로 예시했다. 어반-에어포트는 지난해 4월 영국 코번트리에 첫번째 수직이착륙장을 열었다.

에어버스의 4인승 항공택시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 에어버스 제공
에어버스의 4인승 항공택시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 에어버스 제공

보잉·에어버스, 조종사없는 항공택시에 중점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와 보잉은 조종사가 없는 자율운항 항공택시에 주력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2018년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항공택시를 개발하고 있다. 시티에어버스 넥스트젠(CityAirbus NextGen)이라는 이름의 4인승 항공택시로 2025년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보잉은 신생기업 위스크 에어로와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위스크의 항공택시도 4인승으로 현재 6세대 시제품까지 나왔다. 보잉은 지난해 1월 이 회사에 4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구체적인 시장 진출 목표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택시 VX4.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택시 VX4.

도시로 몰리는 인구가 항공택시를 부른다

항공택시는 헬리콥터와 같은 수직 이착륙기이지만 교통수단으로서 헬리콥터에 비해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여러개의 작은 프로펠러를 쓰기 때문에 소음이 상대적으로 작고 에너지도 훨씬 덜 소비한다. 또 전기 모터를 쓰는 덕분에 부품 수가 적어 유지 관리도 수월하다.

모건스탠리는 일단 시장이 형성되면 2040년 1조달러, 2050년 9조 달러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엘이케이 컨설팅(LEK Consulting)은 항공택시 산업이 2040년까지 15km가 넘는 택시 운행의 5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도심 항공택시 시장을 유망하게 보는 이유는 세계 인구가 계속해서 도시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세계적인 도시화가 계속되면서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10명 중 7명은 도시에서 살 것으로 본다. 이는 도시의 교통 상황을 그만큼 악화시킬 것이고, 그 경우 항공택시가 유력한 교통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연착륙의 관건 가운데 하나는 요금이다. 미국 조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조벤 비버트는 1마일당 평균 요금을 3달러로 시작해 점차 1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우버 택시 요금은 마일당 1~2달러다.

초기엔 조종사 있는 항공택시로 시작할 듯

업계는 처음엔 완전 자율운항이 아닌, 조종사가 탑승하는 항공택시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소비자의 심리적 안전 기준과 교통당국의 기술적 안전기준을 다함께 충족시키려면 조종사 탑승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3년 전에 내놓은 전망이긴 하지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28년까지 항공택시 산업에 최대 6만명의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운항 형태도 상당 기간은 지상의 택시처럼 도시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두 지점 사이를 오가는 셔틀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

에어택시 개발업체 릴리움 최고경영자 로빈 리델은 맥킨지와의 인터뷰에서 “명확히 하고 싶은 한 가지는 릴리움의 경우 적어도 처음 10년 정도는 항공택시가 아니라 정기 셔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350개사 개발 경쟁…“70년만의 운송 혁명”

비영리단체인 수직비행협회(VFS)의 집계에 따르면 수직이착륙기 개발에 뛰어든 곳은 전 세계 350여개사이며, 이들이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기는 750여개에 이른다. 이 단체가 집계를 시작한 2016년 6개의 100배가 넘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붐이다. 도시 이동성의 미래에서 항공택시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높다는 징표로 볼 수 있다.

런던 에이전시파트너스(Agency Partners)의 분석가 닉 커닝햄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지금의 항공택시 개발 붐은 1900년대 초반 자동차나 1940년대 제트기 등장 때와 비슷하다”며 항공택시가 70년만에 가장 큰 운송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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