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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탄소발자국은 ‘자동차 19km’

등록 2018-01-29 11:51수정 2018-01-29 12:02

‘샌드위치의 본고장’ 영국 제품들 분석
시판제품 탄소발자국, 홈메이드의 2배
샌드위치의 본고장은 영국이다. 픽사베이
샌드위치의 본고장은 영국이다. 픽사베이

현대 간편식의 대명사로 통하는 샌드위치의 원조는 영국이다. 18세기 후반 영국 켄트주에 살던 샌드위치 백작(1718∼1790년)이 밤새 트럼프놀이를 하면서 간편하게 먹기 위해 빵 두 조각 사이에 고기, 야채 등을 넣어 먹은 데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샌드위치 본고장답게 영국인들은 샌드위치를 즐겨먹는다. 영국샌드위치협회에 따르면 영국에서 소비되는 샌드위치는 한 해 115억개를 넘는다. 영국인 한 사람당 한 해에 180개 가량을 먹는 셈이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44번 휘감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환경 차원에서 보면 간편식이라고 해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샌드위치가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재료 생산, 유통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40종의 영국내 시판 및 홈메이드 샌드위치의 탄소발자국을 분석해 유럽화학공학연맹의 학술저널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Sustainable Production and Consumption)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시판 샌드위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개당 최소 739g에서 최대 1441g로 나타났다. 반면 홈메이드 샌드위치는 399~843g로 시판제품의 절반에 불과했다. 샌드위치 탄소발자국을 구체적으로 계산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서 재료 생산에서부터 포장, 냉장보관, 음식물 폐기에 이르기까지 샌드위치 생애(생산-유통-폐기) 전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계산에 포함시켰다.

영국에서 시판되는 `올데이 블랙퍼스트‘ 샌드위치 제품들. 샌드위치 제품들중 탄소발자국이 가장 높다. 각 사 웹사이트 갈무리
영국에서 시판되는 `올데이 블랙퍼스트‘ 샌드위치 제품들. 샌드위치 제품들중 탄소발자국이 가장 높다. 각 사 웹사이트 갈무리

샌드위치 탄소발자국의 왕 ‘올데이 블랙퍼스트’

대체로 돼지고기(베이컨, 햄, 소시지), 치즈, 새우가 든 샌드위치의 탄소발자국이 높게 나왔다. 탄소발자국이 가장 높은 샌드위치는 계란과 베이컨, 소시지가 들어 있는 ‘올데이 블랙퍼스트’였다. 올데이 블랙퍼스트 샌드위치는 1441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승용차가 19km 달릴 때 나오는 온실가스량에 해당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계산에 따르면 한국의 김밥(1줄)은 재료 생산-유통-조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406g을 배출한다. 이를 단순 비교해보면 올데이 블랙퍼스트 샌드위치가 김밥보다 3.5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것은 가정에서 손수 만든 햄치즈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 탄소발자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료 생산 과정이다. 전체 탄소발자국의 37~67%가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슈퍼에서 냉장보관하는 샌드위치에는 그 기간만큼 탄소발자국이 추가된다. 샌드위치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4분의 1이 이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됐다. 포장 단계의 탄소발자국 비중은 최대 8.5%이며, 재료 냉장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4%였다.

슈퍼 냉장보관 단계가 샌드위치 전체 탄소발자국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픽사베이
슈퍼 냉장보관 단계가 샌드위치 전체 탄소발자국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픽사베이

가장 큰 효과는 ‘버리는 샌드위치’ 줄이는 것

영국인들이 한 해 샌드위치에 지출하는 돈은 80억파운드(1개당 평균 2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인들이 먹는 샌드위치의 약 절반은 집에서 손수 만든 것이며, 나머지는 카페, 슈퍼마켓, 휴게소, 주유소 등에서 시판되는 것들이라고 한다. 샌 드위치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평균 950만톤으로 추정됐다. 이는 자동차 860만대가 내뿜는 온실가스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재료 재배 방식과 레시피의 변화, 음식 쓰레기 감소, 포장 방식 변경 등을 포함해 모두 22가지의 샌드위치 탄소배출 저감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대안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시판 샌드위치의 탄소발자국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예로 샌드위치 레시피에서 양상추, 토마토, 치즈, 고기처럼 탄소발자국이 높은 재료를 줄이거나 뺄 것을 권했다. 치즈, 고기같은 재료의 비중을 줄이면 열량도 줄어 건강에도 더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장 효과가 큰 방법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유통기한 규정이 워낙 엄격해 유통기한만 좀 늘려잡아도 연간 2천톤의 샌드위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들의 행동 및 습관 변화를 수반해야 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표]샌드위치 1개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양
(영국 시판 식품 기준, 단위:g)

샌드위치 1개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양.
샌드위치 1개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양.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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