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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단골에도 ‘총량 보존 법칙’, 25곳이 한계

등록 2018-08-10 17:20수정 2018-08-11 14:49

새 장소 호기심과 익숙한 장소 편안함 사이 균형
인간의 이동성과 인지 사이 관계 확립한 첫 사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픽사베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픽사베이
인간의 인지적 특성에 기반해 인간의 사회적 행동 특성을 설명하는 법칙 가운데 `던바의 수‘라는 게 있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가 1990년대에 주장한 것으로,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갈 수 있는 인맥의 최대 상한을 가리키는 말이다. 던바 교수는 그 크기를 150명 안팎으로 보았다.

 최근 인간의 행동 특성을 분석한 또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이 정례적으로 즐겨찾는, 이른바 `단골’ 장소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상한이 25곳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장소가 등장하면 대신 이전 장소가 퇴출되기 때문에 이 최대 숫자는 언제나 유지된다고 한다. 얼핏 에너지는 열, 전기, 운동 등으로 형태만 바뀔 뿐 총량은 일정하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연구 결과를 이 법칙에 빗대 표현하면 일종의 `단골 총량 보존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 인맥 최대 상한 ‘던바의 수’는 150명

 인간의 일상 행동 패턴을 규명한 이 법칙은 덴마크공대(DTU)와 런던시티대, 소니 모바일 연구팀이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한 연구논문의 결론이다. 이들은 `인간 이동성의 보존량에 관한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4가지 데이터세트를 통해 수집한 4만명의 다년간에 걸친 이동 경로와 행태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 라이프로그(Lifelog)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활동 추적 프로젝트 자료 등을 이용했다. 라이프로그는 2009~2011년에 걸쳐 19개월 동안 스위스 제네바호수 인근에 거주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행동을 추적했던 노키아 리서치 프로그램이다.

대뇌 신피질 크기가 클수록 교류 관계의 규모도 커진다. Chart: ScienceNordic Source: Dunbar, 1989
대뇌 신피질 크기가 클수록 교류 관계의 규모도 커진다. Chart: ScienceNordic Source: Dunbar, 1989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이동성에 대해선 두가지 주장이 대립해왔다. 하나는 인간은 과거 방문했던 몇몇 곳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 방문하는 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은 조금씩 늘어나지만 최대 25곳을 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처음 100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단골 장소는 바뀌었지만 장소의 수에는 변함이 없었다. 행동 유형이 다른 전세계 4만명으로 범위를 늘려도 결과는 같았다”고 말했다.

 

 ■ 새 장소 등장하면 이전 장소 퇴출

 이번 연구에서 또하나 눈여겨 볼 점은 새 장소가 등장하면 옛 장소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새 집과 새 음식점, 새 술집, 새 피트니스센터 등을 찾아 움직였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방문한 곳의 숫자는 분석 대상 기간 동안 일정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오랜 시간 그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는지를 기준으로 해서 장소를 분류해봐도 이런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단골 25 법칙‘은 사람들이 각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떻든, 각자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이 어떻든 관계 없이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익숙한 장소가 주는 편안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 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새로운 단골 장소가 등장하면 이전의 단골 장소는 퇴장한다. 픽사베이
새로운 단골 장소가 등장하면 이전의 단골 장소는 퇴장한다. 픽사베이

 ■ 운송 시스템·공공 장소 설계 등 활용

 새로운 장소를 유난히도 밝히는 방랑벽이 있는 사람에겐 이 숫자가 조금 적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이나 자원이 무한정으로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숫자가 이해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물론 단골 장소의 수는 개인의 사회적 교류 정도와 관련이 있다. 사회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단골 장소 수도 많은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안드레아 바론첼리 런던시티대 교수는 “음식점이나 체육관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특정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은 어떤 장소를 선택하고 어떤 장소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우리는 일정하게 고정된 숫자의 장소를 방문하게 된다.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는 삶에서의 다른 한계치, 즉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능동적 사회활동 숫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명확히 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단골 장소의 수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데는 뇌의 인지기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던바의 수‘를 관장하는 뇌의 기능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인간의 이동성과 사회적 인지 사이의 관계를 확립한 첫 사례”라며 “이를 명확히 규명하면 더 나은 운송 시스템이나 공공 장소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도시환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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