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추천하는 인류세 시대의 건강식단. 이트-랜싯포럼 제공
2050년대 세계 인구 100억 시대를 대비한 지구건강식단이 제시됐다. 지구 건강을 지키면서 식량 부족 문제에도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개발한 식단이다.
스웨덴의 민간단체 이트-랜싯위원회(The EAT-Lancet Commission on Food, Planet, Health)는 영양학과 농업, 환경 부문의 16개국 연구진 37명의 의견을 모아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인류세 식단’을 16일(현지시간)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했다. 위원회는 과학자들이 지난 2년 동안 <랜싯>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검토해 식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인류세 식단’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20만년이 넘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와 자연의 탈동조화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러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물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류세란 인간의 자연개발과 환경파괴가 심해져 지구의 지질에도 변화가 생겼음을 뜻하는 말이다.
과학자들이 추천한 인류세 식단은 하루 평균 2500칼로리 섭취를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구성돼 있다(괄호 안은 칼로리).
기본식단
견과류 - 50g(291)
콩- 75g(284)
생선- 28g(40)
계란 - 13g (일주일에 한 개 남짓, 19)
육류 - 붉은 고기 14g(30), 닭고기 29g(62)
탄수화물 - 통곡물 232g(811), 녹말식품 50g(39)
유제품 - 250g(우유 1잔, 153)
야채 - 300g(78)
과일 - 200g(126)
추가식품
불포화 지방(올리브유 등) 40g(354)
포화 지방 11.8g(96)
설탕 31g(120)
연구진은 이 식단이 현재 건강식단으로 잘 알려진 지중해식이나 오키나와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식단에 맞추려면 전세계적으로 붉은 고기와 설탕은 절반 줄이고 견과류나 과일, 채소 소비량은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고기를 많이 먹는 북미 사람들의 경우엔 붉은 고기를 84%, 유럽인들은 77% 적게 먹고, 콩과 견과류는 각각 6배, 15배 더 섭취해야 한다. 반면 남아시아 사람들의 붉은 고기 섭취량은 인류세식단의 절반에 불과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들은 감자나 카사바 같은 녹말식품을 기준치량의 7.5배나 섭취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세식단을 따를 경우 심장질환과 암 사망자 중 연간 1100만명을 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질환들은 선진국에서 가장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엔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트-랜싯 포럼
농업은 세계 3대 온실가스에 속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최대 배출원이자,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암모니아의 주요 배출원이다. 또 세계 담수의 70%를 소비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30배나 높은 물질이다.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과 임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이는 전기와 열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수송부문보다도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축산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4.5~18%나 된다.
이번에 발표한 지구건강식단의 목적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과 함께 지구 생물종의 멸종과 농지 확장을 막고 수자원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식단 변화와 함께 음식 쓰레기 감소와 단위면적당 식량 생산 증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랜싯>이 추진하는 연속 기획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랜싯>은 앞으로 비만, 영양결핍,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도 잇따라 발표할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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