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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4차산업혁명에 던지는 질문…“세계화란 무엇인가”

등록 2019-01-20 20:59수정 2019-01-21 16:59

[곽노필의 미래창]
세계화 4단계 진입하는 지구촌
그 뒤에선 불평등 그늘 짙어져
격차 줄이는 혁신 규칙 고민을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세계미래위원회 회의. 세계경제포럼 제공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세계미래위원회 회의. 세계경제포럼 제공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오늘의 의미도 달라진다. 예컨대 18세기 철학자 헤겔은 자유의 전개 과정으로, 21세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의 지구 지배력 강화 과정으로 풀어낸다. 역사적 관점은 결국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는 인류 역사를 세계화 과정으로 바라본다. 세계화는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의 변화다. 수렵채집 시대엔 생산과 소비가 한 곳에서 일어났다.

최초의 세계화(세계화 1.0)를 촉발시킨 건 기후변화였다. 7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을 위해 아프리카를 탈출했다. 세계화는 1만년 전 농업혁명으로 2.0 시대에 돌입했다. 농업 덕분에 이동하지 않고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각지에서 문명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세계화 3.0의 물꼬를 튼 건 18세기 증기기관이다. 먼 곳까지 쉽고 싸게 물건을 운송할 수 있게 됐다. 무역이 활발해지고 생산과 소비 지역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세계는 잘 나가는 자본주의 1세계와, 이에 대항하는 2세계, 저개발 3세계로 나뉘었다.

세계화 4.0은 현대의 세계화다. 기술 발전으로 세계 어디서든 공정의 표준화가 가능해졌다. 완제품과 부품 공장이 한 곳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생산 자체가 분리됐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4차산업혁명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과 노동이 분리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전세계 어느 곳의 일도 처리할 수 있다. ‘가상 세계화’다. 볼드윈은 이를 ‘원격이민’이라고 이름붙였다. 거의 모든 노동자가 세계화 앞에 놓이게 된다. 앞으로 진행될 세계화는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까?

22일부터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의 주제를 `세계화 4.0'으로 정했다. 2년 전 이 포럼에서 제기한 4차산업혁명과 코드를 맞춘 작명이자,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변화를 압축한 표현이다. 부자들 잔치라는 비판에도 포럼의 주제들은 전세계 리더들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포럼이 ‘세계화’를 다시 화두로 삼은 이유는 뭘까?

그동안의 세계화가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준 것만은 아니다. 세계화는 약육강식을 초래했다. 자유방임주의, 제국주의, 독점자본 환경이 조장했다. 이는 결국 피를 불렀다. 세계대전, 대공황, 공산주의 혁명, 파시즘 반동이 이어졌다. 수억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차례 대전을 겪고서야 인류는 국제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엔 체제다.

세계화의 또 다른 얼굴은 불평등 심화다. 시장이 커지면서 자산의 평형추는 `20 대 80'에서 `1 대 99'로 더욱 치우쳤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최상위 1%가 새로 창출된 부의 82%를 가져간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빈곤층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미국 시스템을 전세계에 퍼뜨렸다. 선진국 기업들은 지적재산권이란 이름으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겼다. 금융자본은 세계 구석구석의 자산을 곶감 빼먹듯 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렀다. 가이 스탠딩 런던대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프롤레타리아보다 더욱 불안정한 `프레카리아트'라는 새로운 무산계층을 낳았다고 말한다.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시작된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위키백과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시작된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위키백과
불평등은 불만의 증폭제다. 방치된 불만은 결국 충돌을 부른다. 과거의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지구촌은 중산층과 인터넷 이용자 인구가 처음으로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분기점을 지났다. 의식을 일깨우는 기폭제가 등장한 셈이다. 불평등 이슈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진국들엔 불평등의 대물림 문제까지 겹쳐 있다.

포럼의 세계화 4.0 화두는 불평등이 이제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됐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중심인 디지털 기술은 불평등을 한 차원 더 심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앞에서 지리적 장벽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어떤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볼드윈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라고 권한다.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정부가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딩은 각 국 정부가 좀더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포럼 대표인 슈밥은 공동번영을 위한 세계화의 규칙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한다.

사실 불평등 해소는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의론 정립에 평생을 바친 존 롤스는 최소 수혜자의 몫이 커지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했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세계화 4.0' 논의가 불평등의 흐름을 바꾸는 물꼬를 틀 수 있을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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