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는 '행복을 갉아먹는 도구'라는 또 하나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뉴욕대의 헌트 올콧(Hunt Allcott) 교수와 스탠퍼드대 매튜 겐츠코(Matthew Gentzkow) 교수 등의 연구진이 지난달 말 공개한 논문 ‘소셜미디어의 복지 효과(The Welfare Effects of Social Media)’은 페이스북 이용이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그동안에도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행복감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페이스북 이용이 끼치는 행복감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진은 페이스북에서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씩을 보내는 이용자 2844명을 모집한 뒤 사용자 절반을 무작위로 할당해 한달간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하도록 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실시간 기분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요구받았다.
실험 참여자가 페이스북 이용을 중단한 결과는 예상한 대로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삶의 질(well being)이 높아졌고, 정치적 정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으며 친구와 가족들과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응답했다. 참여자들은 페이스북 사용 중지로 인해 평균 하루에 1시간의 여유 시간이 주어졌으며, 헤비 유저는 하루 2시간 이상의 여유가 주어졌다고 답했다.
연구를 진행한 겐츠코 스탠퍼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하게 되면 트위터, 스냅챗, 웹서핑 등 다른 온라인 서비스를 대체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페이스북 사용을 중단했는지를 검증했는데, 약 1%가 비활성화를 풀고 몰래 계정을 확인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페이스북 비활성화에 참여한 실험 참여자들의 행복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또한 일부 이용자들은 실험이 끝난 뒤에도 계정을 복구하지 않는 현상도 보고되었다.
2013년 8월에도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이선 크로스(Ethan Cross) 교수팀이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감정 변화를 추적한 결과, 페이스북 활용에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행복감이 감소하는 결과였다. 이때는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한 성인 82명을 대상으로 2주간 관찰한 결과였다. 하루 5차례 문자메시지 설문을 통해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는데, 페이스북을 많이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친구와 전화로 대화하거나 직접 만난 사람들의 경우에는 행복감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연구에 대해 페이스북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 논문은 해당 주제에 관한 수많은 연구중 하나일뿐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 논문을 인용해 “페이스북은 이용자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소셜미디어가 광범하고 깊은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