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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남성도 아닌 목소리 ‘Q’, AI비서와 궁합?

등록 2019-04-04 09:53수정 2019-04-05 09:45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그녀 Her‘, 주인공과 연애 관계를 맺는 인공지능 사만다는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했다.
201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그녀 Her‘, 주인공과 연애 관계를 맺는 인공지능 사만다는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했다.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음성비서 ‘여성일색’에 “성 편견 강화”
Equal AI 등 ‘성별 없는 음성’ 개발해 보급
기업의 이윤동기, 사용자 심리는 확산 ‘장애물’
알고리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인종, 피부색, 남녀 성별에 따라 이유 없이 차별적 결과를 내놓는 사례 보고도 늘고 있다.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목소리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세계 최초의 ‘성적 정체성 없는 목소리’가 개발됐다. 지난 3월11일 글로벌 인공지능 차별 방지캠페인 단체인 이큐얼에이아이(Equal AI)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버츄(virtue)와 함께 작업한 성 중립적인 목소리 큐(Q)를 공개했다.

목소리 큐의 개발은 언어학자, 공학자, 음성 디자이너를 비롯해 인권단체, 소수자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남성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은 목소리를 지닌 20여명 이상(남성, 여성, 트랜스젠더 포함)의 목소리를 녹음한 뒤 4600명의 사람들에게 1점부터 5점(1:남성, 5:여성) 범위 안에서 목소리의 성별 특성을 평가하도록 해 가장 중성적으로 들린 목소리를 선정했다. 음성과 음색을 변경하면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145~175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범위가 성 중립적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결과 Q의 주파수는 153헤르츠다.

이큐얼에이아이(Equal AI)는 그동안 대부분 여성이던 음성비서의 목소리를 성 중립적인 목소리로 대체해, 특정 직업에 대해 형성된 성별 고정관념과 성적 차별을 완화하고 없애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음성비서만이 아니라 각종 기기의 안내방송, 게임 등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음성에 특정 성별대신 중립적 음성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성별 구분없는 목소리‘ 큐(Q)의 홈페이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성별 구분없는 목소리‘ 큐(Q)의 홈페이지.
아마존의 알렉사,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구글 홈은 모두 여성의 목소리로 작동한다. 알렉사, 시리, 코타나는 영어에서 여성 이름이다. 국내에서도 에스케이텔레콤(SKT)의 ‘누구’, 케이티(KT)의 ‘기가지니. 네이버 ’프렌즈’, 카카오 ‘미니’ 모두 기본적으로 여성 목소리다.

음성비서가 대부분 여성 목소리로 작동하는 데에는 사회통념 반영만이 아니라 효율성과 심리적 효과에 대한 기술기업들의 계산도 배경으로 있다. 주로 여성들이 비서 역할을 수행해온 게 현실이고, 비서만이 아니라 판매·안내 등 언어소통이 중요한 서비스업 영역은 주로 여성의 업무로 인식돼 왔다. 홈쇼핑, 온라인상거래 업체들은 목소리가 주는 매출 효과에 주목해왔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노스탯에 따르면, 알렉사, 코타나,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의 이용자 90%는 이들 음성비서의 목소리에 대해 만족한다. 여성목소리 음성비서는 ‘상냥하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들린다. 글로벌 온라인쇼핑몰 업체 아마존은 상품 주문을 음성으로 처리해주는 알렉사가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로 작동할 때 매출 증대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공지능과 기계에 여성 목소리만 쓰인 것은 아니다. 기계를 강력하고 공포스럽게 표현해야 할 상황에서는 남성 목소리가 동원됐다.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의 인공지능 ‘할(HAL) 9000’을 비롯해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 숱한 사례가 있다.

성적 정체성이 느껴지지 않는 중립적인 목소리 ‘큐’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목소리에 대한 통념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음성비서, 쇼핑도우미, 영화속 인공지능의 목소리가 특정 성별에 치우쳐 있어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여길까? 중립적 목소리 큐가 던지는 질문들이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목소리라는 큐(Q)의 실제 목소리는 아래 링크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내 귀엔 성별 구분이 안느껴지기보다 한쪽 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들린다.)

Meet Q. The First Genderless Voice.

www.genderlessvoice.com

Q is the First Genderless Voice, created to end gender bias in AI assistants.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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