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리(약 40km) 밖에 있는 사람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촬영기술이 등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간하는 과학기술 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3일 중국 과학자들이 개발한 첨단 카메라 촬영기술을 소개했다. 45km 거리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식별할 수 있는 해상도의 촬영기술이다.
사람 눈은 멀리 떨어진 작은 물체를 식별할 수 없지만, 고해상도의 광학기술도 몇 km 이상 떨어진 이미지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 대기중 습기와 먼지로 인해 촬영대상 이미지는 왜곡되며, 특히 도시의 미세먼지와 스모그 물질은 고해상도 이미지 포착을 방해한다.
상하이의 중국과학기술대 리정핑 교수 연구진은 새로운 카메라 촬영기술을 개발해, 45km 떨어진 사람 크기의 이미지를 촬영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Single-Photon Computational 3D Imaging at 45km’)을 지난 4월22일 온라인 논문공개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재했다.
100리 너머 있는 사람 형태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촬영기술은 광학렌즈가 아닌 레이저 기술로 가능했다. 최근 레이저 기술과 컴퓨터 알고리즘의 발달은 단일한 광자(photon)를 검출해 이를 이미지로 조합해내는 방법에서 괄목할 진전을 이뤄오고 있다. 이번에 리정핑 교수진의 연구도 레이저 광선으로 피사체에 빛을 쏘아 반사된 빛의 정보를 통해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원리다. 피사체에 레이저를 쏘면 반사된 광자가 광자검출기에 돌아오는데, 반사된 광자는 거리에 따라 시간정보를 갖게 된다. 이번 기술은 특정시간 안에 반사된 광자가 검출기로 돌아온다는 점에 착안해, 그 시간대를 벗어나는 반사 광자를 무시하는 방식이다. 노이즈를 유발하는 정보를 배제하고, 노이즈가 최소화한 광자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조합해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리 교수팀은 상하이의 충밍섬의 20층 건물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약 45km 떨어진 강 건너 푸둥 항공관리국건물을 촬영했다. 망원경을 통해 얻은 광학이미지는 노이즈만 보일뿐 아무 것도 포착되지 않았지만, 레이저 반사를 이용한 새로운 촬영기법으로는 60cm 해상도에 해당하는 건물 창문이 나타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었다.
중국과기대 리정핑 교수 연구진이 45km 밖의 건물을 촬영하는 데 사용한 레이저 광자 검출 방식의 카메라 장치 개념도. arXiv 제공.
레이저 반사를 이용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이미지를 조합해내는 방식은 자율주행차가 외부 환경을 식별하는 라이더(LiDAR)의 기술과 원리적으로 동일하다. 리 교수진이 개발한 카메라 장치는 커다란 구두 상자 크기여서 휴대성도 높다.
날씨와 대기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고 45km 거리가 떨어져 있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은 활용 영역이 무궁하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로 여겨지며, 공중 감시, 원격 신원확인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 교수진은 이 카메라의 해상도를 수백km 밖의 물체도 파악이 가능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중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