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은 새의 날갯짓을 모방하는 대신 유체역학의 베르누이 원리를 이용한 항공기 개발 덕분이었다.
최근 인공지능 비행로봇은 새의 날갯짓을 학습해 새로운 비행법을 구현하고 있다. 탁월한 비행술을 지닌 벌새는 비행하다가 순식간에 180도 방향을 전환할 수 있고, 공중에서 자세를 유지하면서 제자리에서 날갯짓만 할 수 있다. 이런 민첩한 벌새의 비행을 로봇이 배우고 있다.
<사이언스 데일리>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퍼듀대 기계공학과 덩 시녠 교수 연구진은 5월20일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IEEE 국제로봇자동화컨퍼런스에서 벌새로봇 연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연구진이 깃허브와 유튜브에 공개한 자료와 동영상에서 벌새로봇의 작동 원리와 비행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퍼듀대 연구진은 여러 해 동안 벌새의 민첩한 비행 동작을 기록한 뒤 이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변환시켜 비행로봇이 인공지능 기계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벌새로봇은 아직 시각을 장착하지 못했지만 물체 표면을 터치를 통해 감지한다. 기존의 무인비행체 드론은 전통적 유체역학 방식을 이용하는데 너무 소형화하면 양력을 만들어 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덩 교수는 <사이언스 데일리>와의 회견에서 “벌새는 전통적 유체역학으로 날지 않고 날개가 매우 유연해, 높은 각도로 상승과 하강 비행을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동물들은 크기가 아주 작아도 날 수 있는데, 이는 또한 우리가 날갯짓하는 로봇을 소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 동영상] 퍼듀대 덩 시녠 교수진이 개발한 12g 무게의 벌새로봇의 비행 영상. 퍼듀대 제공
퍼듀대 연구진이 개발한 벌새로봇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몸통, 탄소섬유 날개, 레이저커팅 보호막으로 제작되어 12g에 불과하다. 성체 벌새 무게와 같은 수준이다. 현재 벌새 로봇은 자체 전원대신 외부전원을 연결해 동작하지만, 자신의 체중 2배가 넘는 27g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벌새로봇에 배터리를 비롯해 카메라, GPS 등 다양한 센서를 장착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각각의 날개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2개의 모터를 탑재하고 있을 뿐이며, 벌새처럼 날갯짓을 통해 민첩한 비행을 한다. 덩 교수 연구진은 벌새로봇과 함께 1g에 불과한 곤충로봇도 개발했다.
벌새의 비행은 오랜 탐구대상이었다. 미 국방부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는 2011년 에어로바이런먼트사를 통해 벌새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벌새로봇은 헬리콥터처럼 제자리 비행이 가능했지만 실제 벌새보다 훨씬 무겁고 빠르지도 못했으며 사람이 원격조종해야 했다.
덩 교수의 벌새로봇이 실용화되면 드론이 진입할 수 없는 붕괴된 건물이나 위험한 공간을 수색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