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기 전에 로봇 스스로 자신의 동작을 상상해보는 로봇이 나올 전망이다.
미국의 과학기술언론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지난 17일 기사에 따르면, 보스턴의 스타트업기업 리얼타임 로보틱스는 기계의 다양한 동작 범위를 신속하게 예측하고 상상한 뒤에 가장 적절한 동작을 선택하게 해주는 컴퓨터칩을 테스트중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경우 대부분 사람의 안전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고 부정확해 제한된 용도로 쓰였다. 강력하고 정밀한 산업용 로봇은 사람의 접근이 배제되고 정교하게 통제된 전용공간에서 작업에 투입됐다.
노동자가 강력한 산업용 로봇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기에 현재의 산업용 로봇은 충분히 안전하지 않았다. 국내에선 지난해 12월 충남 아산의 한 식품공장에서 포장 공정 컨베이어벨트를 수리하던 노동자의 머리를 산업용 로봇이 가격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산업용 로봇 사고가 잦았다.
로봇 제조사들은 그동안 로봇에 각종 센서를 장착해 장애물을 감지할 경우 정지하도록 하는 방법 위주의 접근을 해왔는데, 리얼타임 로보틱스가 개발한 컴퓨터칩은 사람이나 동물이 팔다리를 움직일 때 동원하는 지능을 모방하는 게 특징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거의 의식하지 않고 본능화한 운동능력으로 여기지만, 팔다리를 움직일 때 그 동작의 범위와 그로 인한 효과를 상상해보고 움직이는 지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로봇에게 가르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에게 쉬운 문제가 로봇엔 어렵고 사람에게 어려운 문제는 로봇에게 쉬운 현상이 있다. 이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로봇과학자 한스 모라베크가 1980년대 제시한 이론으로, ‘모라베크의 역설’로 불린다. 컴퓨터가 고도의 논리적 작업을 위해 수행하는 계산량은 얼마 안 되지만 운동이나 감각 능력에는 엄청난 계산 능력과 제어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라운대 교수이자 리얼타임 로보틱스의 설립자인 조지 코니다리스는 로봇에게 사람과 동물처럼 자연스럽고 유연한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서 병렬컴퓨팅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칩보다 10000배 빠르고 전력소모를 줄인 전용 칩을 개발했다. 로봇이 동물과 인간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관절마다 복잡한 차원의 계산이 필요한데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한다. 리얼타임 로보틱스는 로봇이 동작을 스스로 상상해 보는 정교한 동작 알고리즘을 개발함과 동시에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강력한 칩을 개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MIT의 토마스 로사노-페레스 교수는 “로봇이 (움직이기 전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상상해보고 작동하는 것은 매우 영리한 접근법”이라며 “하지만 주변이 어수선하고 특히 로봇에게 자유가 많이 주어질 때는 동작을 계획하는 게 어렵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로봇이 자신의 동작을 상상해보는 기술은 산업용 로봇으로 노동현장에서의 활용 못지않게 자율주행차의 충돌 예방기능에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