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인 1969년 10월29일 저녁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컴퓨터에서 500킬로미터 떨어진 스탠퍼드대학 연구소 컴퓨터로 ‘LO’라는 두 문자가 전송되었다. 전체 메시지 ‘LOGIN’은 1시간 뒤 모두 수신되었다. 빈트 서프와 로버트 칸이 설계한 인터넷 통신규약(TCP/IP)에 따라 최초로 패킷 전송에 성공한 순간이다. 미 국방부가 핵전쟁에 대비한 분산 네트워크 개발을 위해 추진한 아르파넷 프로젝트였다.
이후 50년 동안 인류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큰 폭의 사회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인터넷이 불러온 연결된 삶은 모바일 환경에서 초연결로 진화하고 있다. 50년 전 인터넷은 인류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끼칠지 생각지 못한 상태에서 컴퓨터를 통한 통신수단으로 설계되었다.
설계 의도와 관계없이 인터넷은 광범하고 다양하게 활용되었고, 인류의 삶은 일찍이 없던 차원의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1983년 1월 아르파넷이 자체 네트워크를 넘어 인터넷 규약에 따른 연결을 허용하면서 오늘날 인터넷의 형태가 만들어졌고, 1989년 팀버너스리의 웹 개발 덕분에 웹은 인터넷의 동일어로 여겨지며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인터넷은 무료와 개방을 원칙으로, 통신규약을 따른 모든 방식의 연결을 허용했다. 초기 설계자들은 인터넷을 특허 등록없이 개방했고, 정보 공유와 소통 확대를 통한 유토피아적 이상을 품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이용자 모두를 신뢰한다는 전제로 설계돼, 보안이 취약한 구조다. 인터넷 초창기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컴퓨터교재는 “아르파넷으로 상업적이거나 정치적 목적의 전자우편을 보내는 것은 반사회적이면서 불법적 행위다”라고 통신 예절을 설명하고 있다.
연구네트워크로 출발한 인터넷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놀라운 혁신과 편리를 가져왔지만, 일찍이 없던 범죄와 사기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 독점과 거짓정보의 폐해는 증가일로이며, 다크웹을 통한 불법정보 유통도 늘고 있다. 중앙통제가 불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지만, 중국처럼 ‘만리장벽’을 통한 범국가적 검열과 감시가 등장했고 러시아에선 이달부터 자국 인터넷을 외부와 차단할 수 있는 법이 발효됐다.
인터넷은 생래적인 게 아닌 만큼 사람과 사회가 설계하고 관리하는 바에 따라 달라진다. 50년간 달라져 온 풍경은 인터넷이라는 생존환경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게 우리 몫이라는 걸 알려준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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