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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로봇은 태어나면 ‘로봇대학’ 간다

등록 2019-11-12 07:04수정 2019-11-13 09:40

[구본권의사람과디지털]
UC버클리, 로봇학습용 ‘로보넷’ 구축
로봇계 ‘이미지넷’ 지향한 오픈 데이터베이스
양질의 데이터 제공과 효율적 학습법 발견이 관건
수디프 다사리 UC버클리 교수 연구진인 아카이브에 공개한 로보넷의 샘플 데이터. arXiv 제공.
수디프 다사리 UC버클리 교수 연구진인 아카이브에 공개한 로보넷의 샘플 데이터. arXiv 제공.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인공지능 로봇시대엔 여기에 하나가 보태질 전망이다. “로봇이 태어나면, 로보넷으로 보내라.”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 7일 “로봇만 입학할 수 있는 로봇대학 창설” 기사를 싣고 최신 로봇 연구 동향을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의 수디프 다사리(Sudeep Dasari) 교수 연구진은 일종의 ‘로봇대학’이 될 ‘로보넷(RoboNet)’을 구축하고 있다. 다사리 교수 연구진은 논문 공유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지난 10월24일 관련 논문(RoboNet: Large-Scale Multi-Robot Learning)을 공개했다.

‘로보넷’은 각 로봇들이 움직이는 동작을 주석과 함께 기록한 개방형 동영상 데이터베이스다. 예를 들면, 로봇이 식탁 위로 컵을 움직이는 방법은 무수히 많고 방대한 데이터가 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닫아 연구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로보넷이 구축되면 누구라도 자료를 내려받아 로봇이 컵을 이동하는 신경망을 훈련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로봇연구자들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저마다 방법으로 로봇을 훈련시켜와 환경이 달라지면 특정 환경에서만 학습한 로봇들의 실행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다사리 교수팀은 로보넷 구축을 위한 마중물이 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 서로 다른 7종류의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서 고유한 방식의 집게를 사용해 물체를 집어 이동시키는 일을 실행한 영상 1500만 프레임을 이미 기록했다. 이처럼 누군가에 의해 연구된 로봇 동작 데이터베이스를 개방하면 기존의 기계학습 방식으로 로봇을 훈련시켜오던 방법과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로봇을 학습시킬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개방형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데이터를 누구나 가져다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강화해갈 수 있다.

수디프 다사리 UC버클리 교수 연구진인 아카이브에 공개한 로보넷의 샘플 데이터. arXiv 제공.
수디프 다사리 UC버클리 교수 연구진인 아카이브에 공개한 로보넷의 샘플 데이터. arXiv 제공.

‘이미지넷 개방’이 인공지능 연구 꽃피워

이는 오늘날 인공지능 연구개발의 기폭제가 된 이미지넷(ImageNet)의 구축·개방 사례와 유사하다. 인공지능이 오늘날 사람의 시각보다 뛰어난 식별능력을 갖게 되어 자율주행차, 드론, 얼굴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데 그 중요한 계기의 하나가 이미지넷 개방이다. 카이 리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2007년 1400만장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개방한 것이 이미지넷의 출발점인데, 이후 전세계 연구진이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 형태로 사진마다 범주와 태그가 붙으며 인공지능 훈련의 도구로 활용됐다. 분류된 고양이 사진만도 수만장이 넘어, 인공지능이 관련 이미지를 식별하는 훈련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이 사진 속 이미지를 식별할 수 있게 된 데는 2007년부터 스탠퍼드대학의 페이페이 리(사진)와 프린스턴대학의 카이 리 교수가 시작한 이미지넷의 방대한 사진 데이터베이스가 큰 기여를 했다. 페이페이 리는 수십억장의 사진에서 추출한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했다. 유튜브 사진
인공지능이 사진 속 이미지를 식별할 수 있게 된 데는 2007년부터 스탠퍼드대학의 페이페이 리(사진)와 프린스턴대학의 카이 리 교수가 시작한 이미지넷의 방대한 사진 데이터베이스가 큰 기여를 했다. 페이페이 리는 수십억장의 사진에서 추출한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했다. 유튜브 사진

2010년엔 이미지넷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이미지식별대회인 ‘이미지넷 챌린지’가 시작되고, 2012년엔 캐나다 토론토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팀이 심화신경망 방식의 인공지능을 통해 이미지 식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인 일대 사건이 등장했다. 이미지넷의 모든 데이터는 누구나 이용가능하게 개방되어 있고, 이미지넷 챌린지에 참여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또한 100% 개방되는 점은 인공지능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주요 동인이 됐다.

로보넷 성공의 관건은 양질의 로봇훈련 데이터 공급과 함께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어떻게 로보넷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를 알아내 이미지넷처럼 연구계 일반의 성과로 수용가능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리씽크로보틱스, 소니, 혼다 등 상업형 로봇 연구조직이 얼마나 로보넷에 협조할지도 관심이다.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가 로봇이 태어나면 가야 할 ‘로봇대학’이라고 표현한 ‘로보넷’이 ‘이미지넷’의 성공을 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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