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V자 편대 비행모습. 에어버스 제공.
윌버 라이트, 오빌 라이트 형제는 1903년 새들의 비행을 모방하는 대신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며 익힌 기계공학과 기체역학을 활용해 사상 첫 동력비행에 성공했다. 인간은 새보다 빠르게 더 멀리 날 수 있게 되었지만, 다시 한번 새들의 비행을 모방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연료 절약을 위한 ‘동반 비행(fello’fly)’ 프로젝트 실험에 나선다고 공개했다.
에어버스가 2020년 실험할 동반비행의 개념도. 에어버스 제공.
에어버스가 밝힌 동반 비행 프로젝트는 V 자 대형을 유지하며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무리처럼, 선두 항공기가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기류를 이용해 뒤따라 비행하는 항공기의 공기저항을 낮춰 연료를 아끼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다. 에어버스는 앞선 항공기보다 뒤 항공기가 2.8~3.7km(1.5~2노티컬마일) 거리를 유지하고 동반 비행할 경우, 연료의 5~10%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내년 상반기에 2대의 항공기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험 항공기는 에어버스 A350s 모델로, A350s 실험 모델은 A380s 기종을 통해 이뤄진 동반 비행 테스트를 반영해 설계됐다. 에어버스는 민간 항공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대서양 횡단 항로에서 동반 비행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바다 위는 육상에 비해 항로 혼잡도가 낮다는 점이 고려됐다. 두 민간 항공사가 2021년 실험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에어버스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2025년부터 일상적인 상업 비행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철새들이 V자 대형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앞선 새가 일으킨 공기 소용돌이 속에서 공기 저항이 감소하는 공간을 활용해 에너지를 아끼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에어버스 제공.
철새는 수십~수백 마리가 V자 비행을 하고 전투기는 에어쇼에서 여러 대가 편대비행을 하지만, 에어버스는 일단 2대로 동반 비행을 실험한다. 추후에 동반 비행 항공기 대수를 늘릴 계획이지만 실험 단계에서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 2대로 진행한다.
동반 비행 실험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증명해야 하고, 승객의 탑승 경험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에어버스 업넥스트의 최고경영자 산드라 부르쉐퍼는 “승객들의 편안함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유연한 해결책이다”라고 설명했다. 동반 비행의 연료 절감 효과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선두 비행기가 일으키는 소용돌이 공기 흐름 속에서 저항이 최소화하는 지점을 찾아 기류 변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근접 비행을 허용하는 새로운 비행 관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에어버스의 인기 모델 A320에는 양쪽 날개 끝부문에 상어 지느러미와 비슷한 '샤클렛'을 부착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해서 연료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
에어버스는 항공기 날개를 재설계해 끝 부분에 상어지느러미와 유사한 모양의 ‘샤크렛(Sharklet)’를 추가한 바 있다. 날개 끝에 샤크렛을 적용한 에어버스 A330네오는 날개 끝 부위의 공기 저항을 감소시켜 연료 효율성을 4%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모델이다.
에어버스의 2020년 실험 계획 이전에도 편대 비행 실험은 진행되어 왔다. 2000년대 초 미국 항공우주국(나사)는 2대의 FA-18을 이용해 자율 동반비행 프로그램을 실험한 바 있다. 2013년 미 공군 연구소가 보잉 C-17 글로브마스터IIIs 기종으로, 2017년엔 나사가 걸프스트림III 항공기로, 2018년엔 페덱스가 보잉 777F 화물기로 동반비행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 실험에서 동반 비행은 연료 소비를 8~15% 절감시켜준다는 게 확인됐다. 항공 운송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 이상을 차지하는데, 기후 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항공업계는 탄소 배출 감소 압력을 받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