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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21대 국회는 ‘예측적 입법’ 시대를 열어야 한다

등록 2020-06-09 05:59수정 2020-06-09 11:17

[윤기영의 원려심모]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회 웹사이트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회 웹사이트

변화의 시대엔 입법에도 예측 마인드 필요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우선 21대 국회의원께 축하를 드린다. 모든 국회의원이 소신과 열정과 열망으로 국회의원을 역할을 다할 것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명예욕과 소명의식이 국회의원이라는 고된 일을 달게 수행하게 할 힘이 될 것이다. 모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헌법에 대한 존중심을 담아 소송 정당을 불문하고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응원을 드린다.

21대 국회는 21세기와 운율이 맞는다. 운율 때문인지 21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21세기를 실질적으로 준비할 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21세기의 미래변화가 본격화해, 21대 국회에서 이러한 변화 동인에 예측적으로 대응하고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이전 국회보다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21대 국회는 어느 때보다 예측적 입법에 전념하기를 기대한다. 그 중에서 특히 예측적 일자리 정책을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주도할 것을 제안한다. 코로나19로 일자리 문제가 한국 사회에 큰 주름살을 주고 있어, 그 대안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과 방향이었던 언택트는 급속히 문화적 조류를 형성할 것이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촉매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 스마트 로봇 등은 인지노동(Cognitive Work)을 자동화하 것이다. 인지노동이란 택시운전, 콜센터의 응대, 반복적인 사무 업무 등을 의미한다. 창의적인 노동이 아니라, 외부의 신호를 인지해 대응하는 비패턴화된 노동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은 지식생산성을 높여서 지식반감기를 단축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이 독립적으로 지식을 생산하는 것은 아직 어려우며, 가능하더라도 예외적이 될 것이다. 어떻든 인공지능에 의한 지식생산성의 향상은 지식노동자의 일자리도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지식반감기란 지식의 반이 쓸모가 없어지거나 잘못된 것으로 입증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20세기 초 공학분야의 지식반감기는 40년을 넘어섰으나, 20세기 말 10년 내외로 줄었다. 21세기 들어 이 지식반감기는 더 줄었다. 지식이 늘어날수록 지식반감기는 줄어든다. 지식사회는 지식반감기를 단축시킨다. 지식인이 늘어나서 사회의 지식생산성을 늘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지식을 만들 수는 없으나, 인간 지식노동자를 도와서 지식생산성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지식사회에서 지식생산성의 급격한 증가는 지식인의 일자리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전방위적 일자리 시장의 불안정성은 내수를 위축시킬 것이다. 세계질서의 다극화 진행과 일부 공장의 리쇼어링은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할 것인데, 내수의 위축은 한국사회의 경제에 큰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제3세계의 디지털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궤도 인공위성 무선 인터넷은 새로운 통신체계를 구축할 것인데, 제3세계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제3세계의 디지털화로 인한 디지털 경제는 이들 인프라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과실의 대부분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제3세계의 경제적 양극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기업에 기회를 줄 수도 있으나, 저궤도 인공위성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에 종속되게 할 위험도 동시에 같이 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가 숨겨져 있던 정책 의제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숨겨져 있던 정책 의제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고 있다.

일자리가 불안정해진다는 정해진 미래

미래 일자리의 불안정성은 정해진 미래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은 예외인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들 국가의 고용은 완전고용으로 보였다. 그러나 ‘참세상’의 발행인 홍석만의 분석은 경청할 만하다.1) 미국과 일본의 경우 수치상 완전고용이 되었으나 이자율이 높아지고 있지 않으며, 이는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저임과 정규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미 인류사회의 생산성은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전 세계 자동차는 공급과잉이 2900만대에 달했다.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을 높이고, 사람의 일자리를 자동화한다. 이에 반해 새로운 일자리의 등장은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화두로 들고 왔다.2) 반가운 일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주장은 역사적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유토피아의 저자인 토마스 무어는 기본소득의 전신인 최저소득을 주장했다.3) 미국의 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으로 한때 기본소득을 주장하기도 했다.4) 보수에서 기본일자리와 같은 혁신적 정책을 제안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현재 상황으로 보아 시의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류의 역사는 경제적 양극화에서 일종의 사이클을 보여주었다. 192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이어진 미국의 ‘위대한 압축성장’(Great Compression)은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고 상위 소득자의 경제적 분배가 줄어들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미국의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었는데,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는 전쟁, 폭력, 혁명, 국가의 쇠퇴, 혁명의 방지를 위한 자체 개혁 등으로 해소되었다.5)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도전의 혁명적 사상은 고려말의 권세가에 부가 집중되어 있어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조선조도 다르지 않다고 판단된다. 지나친 부의 불균형은 보정되고 조정될 수밖에 없다.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이 촉발한 미국 전역의 시위 행렬은 인종차별이 직접 원인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경제적 양극화와 미국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내재되어 있다. 부의 불균형이 일종의 싸이클 현상을 보여준다는 터친(Turchin) 교수의 2013년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양극화가 정점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했다.6) 2020년 미국의 전국적 시위는 우연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보완정책이지 기본 정책이 될 수 없다.
기본소득은 보완정책이지 기본 정책이 될 수 없다.

기본소득과 기본일자리의 등장 배경

김종인 위원장의 주장은 그래서 반갑다. 그런데 디지털전환으로 ‘인지노동의 자동화'가 진행되면 프레이(Frey)와 오스본(Osborne)이 주장한 기술실업이 일정부분 현실화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주장은 시의적절하다.

정부는 전국민고용보험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기그(Gig) 노동자 및 자영업자 등 전통적 노동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도적 보호방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재원 등에 대한 문제점이 있는 상황이나, 벌써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다. 정책 실험과 사회적 합의와 대안을 논의하면서 구체화하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원보다 사회적 상상력이다.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국민고용보장제를 주장한다. 국민고용보장제의 연원은 2018년 연방 일자리 보장 개발 법(The Federal Jobs Guarantee Development Act)에 연원을 둔다.7) 2019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자였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도 일자리 보장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8)

필자는 2019년 기본소득제에 대응하여 기본일자리를 주장했다.9) 정부의 전국민고용보험제, 최배근 교수의 국민고용보장제, 미국의 일자리보장제와 이음동의어다. 홍석만 발행인의 2018년 글에 등장한 ‘기본일자리’와도 같은 의미다. 이들 용어와 고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타난 이유는 시대정신으로 판단된다.

기본소득은 보완적 정책이지 기본적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아직 우리사회의 사회적 생산성이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핀란드의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실험도 일자리 증가에 대한 검증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인간과 노동의 관계는 생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아실현과 사회 및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노동의 핵심적 가치이기도 하다. 다른 이야기이나 문화로서의 언택트의 구체적 양상은 인간의 관계맺음의 욕구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것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예측적 일자리 입법이 첫번째 과제

우리사회에 필요한, 생산해야 할 가치가 많다. 즉, 우리가 개발해야 하는 일자리가 많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신생아에서부터 초등학교까지의 아이돌봄이 하나의 예다.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육아는 출산율을 낮추고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떨어뜨린다. 이는 인구구조의 불균형을 가져오며, 사회적 생산력을 저하시킨다. 육아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존재하며, 이를 국가공공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에 대한 수요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사회에 제공해야 하는 가치가 적지 않다. 이들을 탐색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는 기업보다 노동자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임금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을 줄이면서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혁신을 유지해야 한다. 임금을 줄이면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생산력이 부족한 지출을 강력하게 줄여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이다. 노인빈곤율이 높고, 가계채무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쇠퇴는 부작용이 크나, 부동산 시장을 유지해서 야기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 기본일자리는 내수시장을 확대할 것이고, 청년층의 취업을 제고하며,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다.

21대 국회는 예측적 입법을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응원한다. 예측적 입법이란 법제도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파급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측이란 다양한 미래동인을 반영한 복수의 미래상을 도출하고 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측적 입법이란 미래예측을 바탕으로 장기에 걸친 미래영향력을 감안하고, 미래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란 멈추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전한다. 정치, 경제, 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의 현상이다. 21세기 변화는 가속화할 것이며, 이머징 이슈와 변화의 씨앗이 메가트렌드로 성장하는 것을 수시로 발견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미래를 원려심모(遠慮深謀)하는 예측적 정책과 입법을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경제침체가 심화되며,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어 일자리 대체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보다 적극적 예측이 필요하다. 21세기의 21대 국회는 예측적 입법의 문화와 체계를 정착해야 하며, 가장 먼저해야 하는 고민의 하나가 바로 예측적 일자리 입법이 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1. 홍석만. 2018.06.04. 기본 일자리(Basic Job), 고용의 사회화. 월간 워커스

2. 경향신문. 2020.06.07. 김종인 비대위, '기본소득' 화두 시선 집중..경제혁신위도 곧 띄운다. 경향신문.

3. BIEN. History of basic income

4. Rutger Bregman. 2016.05.05. Nixon’s Basic Income Plan. Jacobin.

5. 예헤즈켈 드로어 저, 권기헌, 윤기영, 이강희, 조진형 역. 2019. 『인류지도자를 위한 비망록』. 박영사; Peter Turchin. 2013.02.07. Return of the oppressed. Aeon.

6. Peter Turchin. Ibid

7. https://www.congress.gov/bill/115th-congress/senate-bill/2746

8. https://berniesanders.com/issues/jobs-for-all/

9. 윤기영. 2019.08.30. 기본소득보다 기본일자리가 더 시급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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