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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1969년 7월 남산에 왜 3만명이 모였을까

등록 2020-09-07 09:01수정 2020-09-07 10:11

[박상준의 과거창]
미 대사관, 음악당에 대형 스크린 설치
‘아폴로 11호 발사 보자’…구름 인파
TV 없던 시절, 광장 통해 공감 나눠
1969년 남산 야외음악당의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 생중계. '코리아헤럴드' 1969년 7월17일자
1969년 남산 야외음악당의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 생중계. '코리아헤럴드' 1969년 7월17일자

1969년 7월16일 밤, 서울의 남산 야외음악당에 3만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가로 세로가 각각 6미터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그들은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달을 향한 장도에 나서는 출발 광경을 생중계로 보았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하려는 사람들을 싣고 힘차게 땅을 박차오르는 새턴 5호 로켓 발사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지금 시점에서 보면, 50년도 더 된 예전의 그런 모습은 여러모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코로나가 잦아들면 사람들은 다시 밀집해 모여서 공감을 나눌 것이다. 1만명 이상 규모로만 한정해 봐도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일은 드물지 않다. 각종 스포츠 경기나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 또 기념식이나 개·폐막식 등등의 여러 행사들. 여름의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 같은 곳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1969년 여름날 남산에 모였던 저 인파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인류 역사상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기념비적인 사건을 생생하게 눈으로 직접 목격하며 역사의 증인이 되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런 성격의 광장 집회는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인간이 화성에 발을 딛는다면 그 역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 되겠지만, 과연 그런 순간을 같이 축하하기 위해 광장에 몇만명이 밀집하게 될까? 각자 집에서 TV 아니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생중계 영상을 보게 될 것이다. 1969년의 우리나라엔 TV가 있는 가정집조차 드문 편이었기에 다들 광장에 모였다.

사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가는 장면을 온 인류가 한마음으로만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과 옛 소련은 ‘우주개발 경쟁’(Space Race)을 통한 체제 우위 과시가 한창이었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957년)와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1961년)을 잇달아 탄생시키면서 미국은 극도의 초조감에 쫓겨 어마어마한 돈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퍼부었다. 그리하여 아폴로 우주선 계획을 10차례나 진행하며 검증을 마친 끝에 드디어 달을 향하게 된 것이다. 1969년의 남산 대형 스크린 중계도 미국대사관에서 마련한 것이었으니, 달리 보면 ‘제국의 과학기술’이 어떤 것인지를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마 당시에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에서는 그 광경을 바라보는 심경이 꽤나 복잡했을 것이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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