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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탑재체, 신광여고 학생이 만들었다

등록 2022-07-26 10:00수정 2022-07-27 16:59

[박상준의 과거창]
세계 첫 인공위성 발사 2년 후인 1959년
신광여고 학생들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
1959년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할 인공위성을 조립하는 신광여고 학생. 서울SF아카이브
1959년 전국과학전람회에 출품할 인공위성을 조립하는 신광여고 학생. 서울SF아카이브

최근에 우리나라 우주개발사를 새로 써야 할 매우 흥미로운 자료를 발굴했다. 1959년에 제5회 전국과학전람회가 열렸는데, 서울 신광여고가 ‘인공위성에 관한 연구’로 부통령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아직 국립과학관이 생기기 전이어서 과학전람회는 경복궁 미술관에서 열렸으며 행사를 소개한 ‘대한뉴스’ 영상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신광여고는 우주정거장 등의 모형과 함께 구(球)에 안테나가 달린 모양의 인공위성을 출품했는데, 이는 불과 2년 전인 1957년에 우주로 올라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와 외양이 매우 흡사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스푸트니크와 마찬가지로 전파 발신기가 들어 있는 것이었다. 즉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발사체에 실려 우주 궤도에 오른다면 실제 인공위성으로 기능할 수도 있는 탑재체를 만든 셈이다. 물론 우주에서는 전자기 장치가 우주방사선 등의 영향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에 차폐 장치나 특수 부품을 써야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나 구성은 사실상 같은 것이다.

1959년 과학전람회에 전시된 신광여고 학생들의 인공위성 본체. 서울SF아카이브
1959년 과학전람회에 전시된 신광여고 학생들의 인공위성 본체. 서울SF아카이브

인공위성이나 우주발사체 등은 일찍이 1940년대 이전부터 이론적으로 제시되었던 것이고, 1950년대 후반의 우리나라에서도 로켓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우주여행 등은 일반인들에게 아주 낯선 개념이 아니었다. 더구나 과학과 기술에 밝은 사람이라면 인공위성의 원리나 구성 자체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다. 다만 그것을 우주 궤도까지 올릴 수 있는 로켓 발사체의 제작이 어려웠을 따름인데, 옛 소련이 가장 먼저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 낸 것이다.

1957년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성공적으로 지구 공전 궤도에 오르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에는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가 몰아쳤다. 소련의 앞선 우주개발 기술력에 놀란 미국 정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만들어 우주개발에 총력을 퍼붓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교육시스템 혁신도 진행했다. 1959년에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인공위성을 만들어 과학전람회에 출품했다는 사실 역시 당시 스푸트니크 쇼크가 우리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이다.

신광여고 과학반 지도교사 정세오 과학과장. 서울SF아카이브
신광여고 과학반 지도교사 정세오 과학과장. 서울SF아카이브

당시 신광여고 과학반의 지도교사는 정세오 과학과장이었다. 연희전문학교 출신인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우주뿐만 아니라 원자력 등 과학의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1956년에 ‘최신 원자과학’이라는 책의 공동 편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로는 드물게도 교사로 재직하면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신광여중 교장을 거쳐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다 1974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1959년 당시 신광여고 과학반에서 인공위성에 들어갈 전파 발신기를 직접 납땜하며 만들었던 여학생은 어쩌면 지금도 생존해 있을지 모른다. 1953년에 탄생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비행기 ‘부활호’가 오랜 세월 잊혀졌다가 2004년 지방의 한 고등학교 창고에서 극적으로 발견되었듯이, 어쩌면 신광여고에도 인공위성 등 당시의 제작전시물들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을 수도 있다. 관련자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부디 제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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