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전세계 여성의 경제적 권리 비교
190개국 세계 평균치는 남성의 4분의3 수준
190개국 세계 평균치는 남성의 4분의3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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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동과 관련한 여성의 법적 지위와 권리는 남성의 4분의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은행 웹사이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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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경제적 권리의 성평등 지수. 파란색이 짙을수록 평등도가 높은 걸 뜻한다. 세계은행
한국, 임금 지표 가장 취약…100점 국가는 10개국 한국은 종합 85점으로 세계 평균보다 9점이 높았다. 그러나 선진국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95점과 비교하면 10점이 낮았다. 게다가 3년째 점수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는 지난 몇년 동안 성평등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개선된 점이 없다는 걸 뜻한다. 그 결과 순위는 2019년 57위에서 올해는 70위로 떨어졌다. 8가지 지표 중 이동성과 직장, 결혼, 자산, 연금 5가지 지표는 100점으로 최고점을 받았지만 임금은 25점으로 최하위그룹에 속했다. 같은 동아시아권의 중국과 일본은 각각 종합점수 75.6점, 81.9점으로 한국보다 뒤처져 있다.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해 100점을 받은 나라는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스웨덴 10개국이었다. 캐나다를 제외한 9개국이 모두 유럽국가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100점을 달성한 나라는 2011년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였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이번에 새로 100점 국가군에 합류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에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똑같이 2주간의 유급 육아휴가를 부여했고, 포르투갈은 그동안 여성에 불리했던 재혼 규정을 남성과 동등하게 고쳤다. 예멘,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성평등 점수가 30점 미만으로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보고서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성평등 관련 제도를 많이 고쳤으나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에서는 아랍에미리트가 82.5점으로 성평등 점수가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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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 차등 급여 개선 시급” 2019년 이후 성평등을 위한 개혁 조처를 취한 나라는 모두 27개국으로 집계됐다. 개혁 조처의 대부분은 임금과 육아에 관한 것이었다. 예컨대 오스트리아는 30일간의 유급 육아휴가제를 도입했고, 뉴질랜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개혁 조처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산 지표에 속하는 부동산과 유산 상속에서의 성차별 제도를 개혁한 나라는 없었다. 특히 동유럽의 슬로바키아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남성과 여성의 나이를 다르게 설정해, 오히려 성평등을 후퇴시켰다. 남성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한 나라는 전체의 절반이 안 되는 90개국에 그쳤다. 88개국에선 아직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성별 직종 분리(occupational segregation)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성별 직종분리란 말 그대로 남성과 여성이 일하는 직종이 다른 걸 말한다. 예컨대 인사, 경영, 법률 등의 직종에는 남성이, 조리, 청소, 비서 등의 직종엔 여성이 주로 일을 한다. 남성 의사와 여성 간호사가 있는 동네 의원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종분리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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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와 지역별 경제적 성평등 지수. 각 지역별 최고점수와 최저점수, 평균점수를 표시했다. 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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