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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미래

“지구 어디든 1시간 안에”…로켓 지구여행 개발 경쟁 점화

등록 2021-06-02 09:59수정 2021-06-10 22:23

민간 우주관광 가시화 분위기 타고
새 대륙간 운송수단 개발에도 탄력
머스크 "2023년 이내 첫 시험비행"
민간 우주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로켓 지구여행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유튜브 갈무리
민간 우주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로켓 지구여행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유튜브 갈무리

남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능력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생존 경쟁력 가운데 하나였다. 그 치열한 생존 경쟁 과정에서 마차, 선박, 철도, 자동차, 항공기가 발명돼 인류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로켓을 추진력으로 한 우주선도 이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미래는 먼저 도전하는 자의 것일까?

민간 우주여행이 첫발을 떼기도 전에, 우주여행에 쓰는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초고속 운송 수단 개발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로켓과 우주선으로 우주만 갈 것이 아니라 지구를 여행할 수 있다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계획을 밝힌 것을 계기로 주목을 끈 로켓 지구여행 개발에 미국 항공우주국에 이어 일본 정부도 뛰어들고, 신생 벤처기업까지 등장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일본 정부는 최근 로켓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를 2시간 이내에 여행할 수 있는 대륙간 우주여객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직 완성된 청사진은 아니지만 일단 목표 시점은 2040년대 초반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우주여객기 상상도. 작사 제공/마이니치신문 웹사이트에서 인용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우주여객기 상상도. 작사 제공/마이니치신문 웹사이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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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40년 목표로 두가지 방식 검토중

일본 문부과학성이 5월12일 전문가위원회에 제출한 청사진에 따르면 우주여객기 여행은 2단계로 추진한다.

1단계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가 올해 내놓는 로켓 H3의 발사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50억엔(506억원)을 웃도는 로켓 발사비용을 재사용 등의 기술을 개발해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어 2040년대 초반까지 비용을 10% 더 줄인다.

2단계는 이 로켓 재사용 기술을 이용해 민간부문에서 우주여객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구상 중인 우주여객기는 두 가지 형태다. 하나는 이착륙은 일반 여객기처럼 활주로에서 하고, 공중에서 로켓을 점화해 초고속 비행을 하는 여객기다. 다른 하나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개발중인 스타십처럼 지상에서 로켓으로 수직 이착륙하는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각 대륙의 주요 도시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초고속 운송수단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예측한 2040년 예상 시장 규모는 5조엔이다.

로켓 지구여행은 이륙 후 우주공간으로 올라간 뒤 궤도를 타고 지구를 돌다 대기로 다시 진입한다는 점에서 원리상으로만 보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별 다를 게 없다. 화물로 무기를 장착하느냐 여객 우주선을 싣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버진갤럭틱의 준궤도관광 우주선 VEE유니티. 초음속 비행을 마치고 활강 착륙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버진갤럭틱 제공
버진갤럭틱의 준궤도관광 우주선 VEE유니티. 초음속 비행을 마치고 활강 착륙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버진갤럭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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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 버진갤럭틱과 협력 개발 모색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지난해 5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준궤도 우주관광 개발기업 버진 갤럭틱과 우주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목적은 기술적으로 실행 가능한 미래의 고음속 항공운송수단을 개발하는 것이다. 버진갤럭틱은 당시 “우리는 이를 민간 우주여행과 함께 엄청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버진갤럭틱의 준궤도관광은 우주선이 모선 항공기에 실려 이륙한 뒤 고도 14km의 성층권에서 로켓을 점화해 준궤도까지 올라갔다 비행기처럼 활강하며 착륙하는 방식이다. 버진갤럭틱은 최근 향후 우주공항 역할을 할 뉴멕시코주의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에서 유인 준궤도 왕복비행에 성공했다.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준궤도관광을 시작할 계획이다.

나사가 버진갤럭틱과 제휴한 것은 이런 방식을 대륙간 여행에 적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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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찬 신생기업도 등장...미 공군, 연구비 지원

미지의 항공시장에 도전하려는 신생기업도 나왔다. 버진갤럭틱 자회사인 버진오빗 직원들이 독립해 지난해 설립한 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Venus Aerospace Corp)는 도쿄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1시간에 가는 초음속 지구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버진갤럭틱과 마찬가지로 이륙 후 고고도에서 로켓을 점화해 시속 1만4500km 이상의 속도로 우주경계선까지 올라간 뒤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는 방식이다. 약 15분간 음속의 12배 속도로 비행한다. 미 공군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지만 아직은 극히 초기 단계다. 올 여름 축소형 모델로 첫 시험을 실시한다. 개발 완료 시점은 최소 10년 후로 잡고 있다.

스페이스엑스의 로켓 지구여행은 소음 피해가 없도록 해상 우주공항을 이용한다. 유튜브 갈무리
스페이스엑스의 로켓 지구여행은 소음 피해가 없도록 해상 우주공항을 이용한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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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상하이까지 39분…일론 머스크, 2017년 개발 공식화

우주선으로 지구 여행을 한다는 구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엄청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상상 속의 일로 치부돼 왔다. 창고 속에 처박혀 있다시피했던 것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사람은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였다.

그는 2017년 9월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 참석해, 로켓에 우주선을 실어 지구 어디든 1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로켓 지구여행 구상을 내놨다.

“화성에 갈 수 있는 우주선으로 지구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간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로켓으로 뉴욕을 출발한 지 39분만에 상하이에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소개했다. 로켓의 최고 속도는 시속 2만7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다.

현재 개발중인 로켓 일체형 우주선 스타십이 로켓 지구여행에 쓰일 우주선이다. 달이나 화성 여행에는 슈퍼헤비라는 별도의 발사체가 있어야 하지만, 지구 여행은 스타십만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타십에는 기본적으로 6개의 랩터엔진이 탑재되는데, 2~4개를 추가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게 머스크의 생각이다. 머스크는 “음속의 최고 20배 속도로 1만km까지 날아가며, 2022~2023년에 첫 시험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가 텍사스주 남쪽 해상에 석유시추시설을 개조해 건설중인 해상 우주공항 완성후의 모습(상상도). 일론 머스크 트위터
스페이스엑스가 텍사스주 남쪽 해상에 석유시추시설을 개조해 건설중인 해상 우주공항 완성후의 모습(상상도). 일론 머스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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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폭 피해 우려해 출발·도착 모두 해상에서

로켓 지구여행은 해상에서 출발하고 도착한다. 스페이스엑스는 현재 텍사스주 남쪽 바다에 해상 우주공항(spaceport)을 짓고 있다. 올해 초에 우주공항으로 개조하기 위해 석유시추시설 2곳(데이모스, 포보스)을 인수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데이모스에서 내년 중 첫 발사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엑스는 우주개발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로켓을 해상 바지선에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가 해상 공항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음 피해 때문이다. 비행체의 속도가 음속을 넘어서면 엄청난 음속폭음(소닉붐)이 발생한다. 다만 초음속기와 달리 로켓은 착륙시에만 음폭을 일으킨다.

그러나 바다에서 떠나는 로켓여행이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첫 단계인 고도 수백km의 궤도비행도 아직 못해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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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가격, 안전성 등 넘어야 할 장벽 험난

기술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걸림돌은 여럿 더 있다. 우선 엄청난 가격이다. 버진갤럭틱이 사전에 예약한 준궤도 관광 요금이 25만달러(2억8천만원)라는 점에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1997년 뉴욕-런던 왕복 요금은 7995달러(2018년 기준 1만2500달러)로, 당시 가장 싼 여객기 요금의 30배였다.

값비싼 요금을 내지만 1등석과 같은 편안한 여행은 불가능하다. 안전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다. 머스크는 비행중에는 디즈니랜드의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좌석에 묶여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전성이다. 미국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135차례 임무 중 두번의 치명적 사고를 겪은 이후 안전성 우려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중단됐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도 2000년 7월 발생한 단 한 번의 폭발 추락사고로 인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퇴출됐다. 스페이스엑스는 최근 100번 연속 로켓 발사 성공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로켓업체로서는 대단한 성과이지만, 대형 민간 여객기의 치명 사고율 370만분의 1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로켓 지구여행의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는 조만간 시작될 준궤도 관광의 성공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도 100km의 우주경계선까지 갔다 돌아오는 준궤도관광은 7월20일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이 첫 민간인 관광객을 태우는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닻을 올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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