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몸속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이 주로 간과 생식기에 많이 쌓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세플라스틱은 북극과 남극을 비롯해 히말라야 꼭대기에서부터 물속, 땅속, 대기 등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름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입자인 이 물질이 우리 몸 속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을 주입한 쥐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촬영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1시간 만에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7일 “산하 방사선의학연구소의 김진수·강충모 박사 연구팀이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실험쥐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이동하는 경로를 확인해보니, 위와 장에서는 하룻만에 대부분 배출된 반면 간에는 처음보다 5배 많은 양이 쌓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이 동물 체내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경로를 밝혀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 논문은 학술지 <핵의학저널> 지난 2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2967/jnumed.120.256982)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게 먹인 방사성구리-폴리스티렌이 각종 장기에 머무는 경로를 시간대별로 관찰했다. 위와 장에서는 24시간 뒤 미세플라스틱이 대부분 빠져나가는 반면 간에는 1시간 뒤에 비해 48시간 뒤 5배로 증가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공
연구팀은 0.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폴리스티렌에 방사성 동위원소 구리-64(Cu-64)를 붙인 60마이크로그램(㎍)의 방사성구리-폴리스티렌을 실험용 쥐에게 먹이고 펫 영상으로 이틀 동안 촬영했다. 1㎛는 100만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가 80㎛ 정도 된다. 폴리스티렌은 일회용품이나 가전제품에 많이 쓰이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펫 영상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성구리-폴리스티렌 섭취 정도를 나타내는 ‘펫 표준섭취계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위와 장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24시간 정도 머문 뒤 대부분 몸 밖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틀이 지나 관찰한 간에서는 경구 투입 1시간 뒤보다 미세플라스틱 표준섭취계수가 5배 높아졌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이동경로를 최초로 밝혀낸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수·강충모 박사(오른쪽 첫번째와 두번째) 연구팀.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공
연구팀은 펫 영상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부위의 미세플라스틱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용 쥐의 신체기관을 적출해 쥐가 먹은 방사성구리-폴리스티렌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을 측정했다. 이 분석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1시간 만에 각 기관에 퍼져나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생식기에서는 1시간 뒤에 비해 48시간 뒤 미세플라스틱이 3배 쌓이는 반면 뇌에서는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심장, 신장, 방광에서는 이틀 뒤 미세플라스틱 양이 처음에 비해 다소 늘어난 데 비해 폐와 비장, 혈액 등에서는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경구 투입을 통한 미세플라스틱의 몸속 유입 뒤 이동경로를 처음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 관련 임상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