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독일 연구팀이 인류 화석을 분석해 기후변화에 따라 몸집 크기가 달리 진화했음을 밝혀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제공
현대인류와 조상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몸집 크기가 달라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뇌 용적은 기후보다는 정주 여건이나 사회관계 등에 의해 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독일 튀빙겐대 공동연구팀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인류(호모 속) 화석 300여개의 신체와 뇌 크기 자료를 모아, 과거 수백만년의 세계 고기후 복원자료와 비교해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류가 생활할 당시의 기온에 따라 신체 크기가 달리 진화했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8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38/s41467-021-24290-7)
현대인류(호모 사피엔스)는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 호모 속은 이보다 훨씬 오랫동안 존재했다. 여기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멸종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등이 포함된다. 인류 진화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몸집과 뇌 크기가 커져왔다는 점이다. 호모 하빌리스 같은 초기 종에 견줘 현대인류는 50% 더 무게가 나가고 뇌 용적은 3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일으킨 동인에 대해서는 환경적, 인구학적, 사회적, 기술적 요인과 식이양식 등이 거론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류 신체 평균 크기는 수백만년 동안 변동이 컸으며, 상대적으로 추운 지역에서 몸집이 큰 쪽으로 진화했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표면적에 비해 몸무게가 상대적으로 더 나가면 몸이 열을 빼앗기는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큰 몸집이 추운 날씨에 완충 구실을 한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19세기 독일 생물학자 카를 게오르그 베르그만이 주창한 “항온동물은 같은 종일 경우 추운 곳에 살수록 몸의 크기가 크다”는 ‘베르그만 법칙’이 증명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공저자인 앤드리어 매니커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는 “기후 특히 기온은 과거 수백만년 동안 신체 크기 변화에 주요 동인이었다. 현존하는 인류 가운데 따뜻한 지방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작고 추운 지방 사람들은 크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하지만 뇌는 달랐다. 연구팀은 호모 속 화석들의 뇌 용적과 환경 요소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뇌 크기와 주변 환경의 1차 생산력(식물 광합성과 미생물 화학합성으로 유기물을 생산하는 것) 및 습도의 장기변동 사이에 약한 상관관계가 나타났지만, 뇌 용적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미미했다.
뇌는 인류가 광활한 초원이나 스텝(유럽 동남부와 시베리아의 초지)처럼 초목이 부족한 지역이나 생태학적으로 안정적인 지역에 서식할 때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고고학적 자료와 비교하면 이들 지역에 살던 인류는 식량 확보를 위해 거대 동물 사냥이라는 복잡한 임무를 수행해야 해 뇌의 진화가 촉진됐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논문 제1저자인 마누엘 빌 튀빙겐대 연구원은 “신체 크기와 뇌 용적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뇌에 비해 신체가 환경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류의 뇌 용적이 1만1650년 전 홀로세(충적세) 시작 이래로 줄어들고 있으며, 복잡한 업무를 컴퓨터에 맡기는 등 기술의존 증가는 수천년 뒤 우리 뇌가 작아지는 데 구실을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매니커 교수는 “미래에 신체와 뇌 크기가 어떻게 변할지 추론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많은 요인들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수백만년 동안의 결과에 근거해 추론하는 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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