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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한반도, 겨울에 추울수록 여름은 더 뜨겁다”

등록 2021-08-10 11:32수정 2021-12-28 11:27

아펙기후센터 연구팀, 한파-폭염 상관분석
겨울에 혹한기 오면 다음 여름은 혹서기
2018년 평창올림픽 한파 뒤 역대급 폭염
최근 들어 겨울철에 한파가 닥치면 이어지는 여름철에 폭염이 닥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들어 겨울철에 한파가 닥치면 이어지는 여름철에 폭염이 닥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반도 겨울철에 한파가 닥치면 다음 여름철에는 폭염이 발생하는 경향이 최근 뚜렷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펙기후센터(APCC)는 10일 “명복순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1975∼2017년 43년 동안의 한반도 일평균 기온과 최고기온 기록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최근(1991∼2017년) 겨울철(12∼2월) 평균기온과 다음 여름철(6∼8월) 평균기온 사이에 뚜렷한 상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환경연구>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88/1748-9326/ac1134)

명복순 아펙기후센터 선임연구원. 아펙기후센터 제공
명복순 아펙기후센터 선임연구원. 아펙기후센터 제공

연구팀 분석 결과, 겨울철에 한파가 닥쳐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내려가면 대체로 그해 여름철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연관성은 논문 분석 기간 이후에도 유효했다. 극심한 폭설과 한파 속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2018년 여름 역대급 폭염이 닥친 반면 평년보다 따뜻했던 2019년과 2020년에는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이 찾아왔다.

연구팀은 1970∼1980년대와 달리 1990년대 이후 한반도에 한파를 불러오는 대기순환 패턴이 봄철까지 지속돼 북대서양과 열대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를 높여 우리나라에 폭염을 유발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명복순 선임연구원은 이런 대기순환의 원리를 북극진동과 극지/유라시안 패턴으로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유럽과 동아시아에는 주변 바람이 지구 북반구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불어들어가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저기압성 순환’이 자리한다. 이와 반대로 북극 지역과 아열대 지역에서는 바람이 시계방향으로 흐르는 ’고기압성 순환’이 위치한다.

이때 북극의 찬공기가 남하하는 음의 북극진동이 발생하면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닥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폴라 볼텍스)가 수십일, 수십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음의 북극진동에 의해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내려오는 한파는 중위도 어느 지역이라도 갈 수 있다.

1975∼2017년 43년 동안의 연도별 한반도 겨울철(12-2월) 평균기온 편차(파란 선)와 이어지는 여름철(6-8월) 평균기온 편차(빨간 선)의 추이. 1991년 이후부터 추운 겨울 뒤에 더운 여름이 따라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아펙기후센터 제공
1975∼2017년 43년 동안의 연도별 한반도 겨울철(12-2월) 평균기온 편차(파란 선)와 이어지는 여름철(6-8월) 평균기온 편차(빨간 선)의 추이. 1991년 이후부터 추운 겨울 뒤에 더운 여름이 따라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아펙기후센터 제공

명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 강한 한파가 닥치는 경우는 음의 북극진동에 음의 극지/유라시안 패턴이 더해졌을 때”라고 설명했다. 음의 극지/유라시안 패턴은 우리나라 북쪽, 중국 북부, 몽골 쪽이 냉각되는 음의 패턴을 보이고 러시아 북쪽 동시베리아해가 따뜻해지는 양의 패턴을 보일 때를 말한다. 이런 상태일 때 영하 50도 안팎의 강한 한기가 한반도 대기 상층으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이때 대기 하층에서는 극지방에 자리한 고기압성 순환과 동아시아의 저기압성 순환 사이에 만들어진 통로를 따라 북극 한기가 한반도로 내려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대기순환 패턴이 봄철까지 이어지면 아열대에는 고기압성 흐름이 유지, 강화돼 북대서양과 필리핀 지역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대기압과 태양 복사열, 잔잔한 바람 등에 힘입어 상승한다. 명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이런 겨울철 대기순환 패턴이 봄까지 오래 지속되는 경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흐름 정체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서양에서 발생한 대류(공기가 따뜻해지면 가벼워져 상승하는 현상)가 일으킨 대기파동과 필리핀해에서 발생한 대류가 일으킨 대기파동이 중첩되면 한반도에 강한 고기압이 발생한다. 이 고기압성 흐름이 지속되면 하강기류와 맑은 날씨로 여름철 폭염이 닥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명 선임연구원은 “극지/유라시안 패턴이 겨울철 한파와 이어진 여름철 폭염과 뚜렷한 상관성은 보인 것은 최근 들어서이다. 겨울철이나 이어진 여름철 날씨를 전망할 때 고려할 요소”라고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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