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이 내뿜는 연기를 임신부가 흡입하면 조산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는 최근 두달 동안 9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서울시 면적의 10배인 6353㎢가 불에 탔다. 이들 산불로 네바다주의 공기질이 2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면서 급기야 일부 학교들이 문을 닫았다.
네바다주 와슈 카운티 대기질관리부는 25일(한국시각) “산불로 인한 연기로 최근 11개월 동안 초미세먼지(PM2.5) 농도와 공기질지수(AQI) 수치의 상위 10위 기록이 새로 매겨졌다”고 <에이비시>(ABC)에 밝혔다.
산불 연기가 미치는 영향은 일상 생활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환경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임신기간에 산불 연기를 마신 임신부들의 조기출산율이 최고 6% 이상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DOI :
10.1016/j.envres.2021.111872)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2년 동안 산불 연기에 노출된 임신부들한테서 7000명의 조산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신생아가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나면 신경발달, 위장, 호흡기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불 연기에 포함된 독성을 지닌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아서 산소 분자처럼 허파나 혈류에 쉽게 침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브리지 위 하늘이 산불 연기로 붉게 물들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팀은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제공한 초미세먼지 인공위성 영상과 지상 관측자료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캘리포니아의 2610개 세부 지역별로 연기 발생일에 따는 분석을 먼저 했다. 다음 이 자료를 캘리포니아 신생아 기록과 결합해 분석했다. 조산의 일반적인 원인인 쌍둥이 등 다둥이 출산은 제외했다. 또 기온, 산불 이외 공해 노출, 산모의 나이 등 조산의 원인도 배제했다.
연구 결과 임신중 산불 연기 노출 날짜가 많을수록 조산 위험이 높아졌다. 인종이나 경제 수준과는 상관이 없었다. 일주일 동안 연기를 마시면 산불 연기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조산 위험이 3.4% 증가했다. 임신 중기인 14~26주에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 5㎍/㎥의 연기에 노출됐을 때 가장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 기간 중 최악의 산불 연기가 발생한 2008년에는 연기에 의한 추가 조산율이 6% 이상에 이르렀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