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동시베리아 체르스키 지역 동토층에 조성한 건조지대. 이곳에서는 습지대와 달리 메탄가스 방출이 눈에 띄게 적었다. 극지연구소 제공
국내 연구진이 북극 동토층이라도 메마른 지역에서는 메탄가스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극지연구소는 26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동시베리아 동토층의 건조지대에서 메탄가스 방출 실험 연구를 한 결과, 습지대에 비해 메탄가스 방출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 7월호에 실렸다.(DOI :
10.1111/gcb.15785)
메탄가스는 온실가스 가운데 16%를 차지하는 물질로,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5배에 이른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 동토층에서 메탄가스가 새어나와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동토층에 함유된 탄소량은 1조6천억톤에 이르러 지구온난화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여겨진다.
10년 동안 배수로 수층이 낮아져 건조해진 지대에서의 미생물 변동 모식도(위)와 새로 밝혀진 메탄 생성균 7종과 메탄 생성을 위한 미생물간 상호의존 과정(아래).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동시베리아 체르스키 지역의 콜리마강 강변에 배수로를 설치해 10년 동안 인위적인 건조지대를 만들었다. 북극 동토층은 녹으면서 지대의 높낮이에 따라 물이 모여 습지가 되거나 물이 빠져 건조지대로 변한다. 연구팀이 건조지대를 조성한 것은 기존 연구가 주로 습지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방출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건조지대에서 메탄 생성과 관련한 7종의 신종 미생물들을 새로 발견했다. 또 어느 종이 우점종인지, 기능은 어떠한지를 관찰했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들의 개체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으며, 일부 메탄 생성균은 거의 사라지기까지 했다. 그 결과 건조지대의 메탄가스 방출량은 습지대에 비해 눈에 띄게 적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동시베리아 체르스키 지역 동토층에 조성한 건조지대의 여름 전경. 극지연구소 제공
반면 이산화탄소는 건조지대가 습지대에 비해 2.8배 더 많이 방출됐다. 연구팀은 “건조한 지역이 습지보다 낮에 기온이 잘 오르면서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미생물의 호흡량이 늘고 개체 수도 증가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베리아 이외의 고위도 동토층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알래스카, 캐나다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