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공간 해상도의 대기-해양 결합 모델에서 시뮬레이션된 해수면 온도. 적도 태평양에서 보이는 물결 모양 구조의 차가운 해수 흐름이 열대 불안정파를 나타낸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미래에 엘니뇨와 라니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은 26일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엘니뇨-남방진동(ENSO)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 26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엘니뇨-남방진동은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높은 상태인 엘니뇨와 낮은 상태인 라니냐 사이의 순환으로, 지난 1만1천년 동안 계속돼온 자연 기후변동 현상이다.(DOI :
10.1038/s41558-021-01132-4)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해양 10㎞, 대기 25㎞의 해상도로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100㎞ 해상도의 분석을 한다. 해상도가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그만큼 기상·기후 현상들을 정밀하게 모의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보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2배, 4배로 증가시켜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100년 이상의 미래 기후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1년 남짓 쉬지 않고 가동해야 했다. 생성된 데이터만 매일 1테라바이트(TB) 하드디스크 5∼6개, 약 2000개를 채울 수 있는 방대한 양이었다.
연구팀이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미래 엘니뇨-남방진동의 온도 변동성이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이 현재 기후 대비 6% 약해지고, 4배 증가하면 31% 약해졌다.
연구팀은 기온 증가가 증발을 증가시킴으로써 엘니뇨-남방진동에 ’음의 되먹임’을 강화해 엘니뇨 발달을 약화시키는 것을 첫번째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 온난화로 적도 동-서태평양 사이의 온도차가 감소하면 ’양의 되먹임’ 역시 약해져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팀은 “엘니뇨-남방진동은 현상을 강화시키는 ’양의 되먹임’과 약화시키는 ’음의 되먹임’의 결합으로 결정되는데, 온난화 기후에서는 음의 피드백이 더 강해진다. 지구온난화 기후에서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강하게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지속적인 온난화가 수천년 동안 계속된 가장 강력한 자연적 기후 변동을 잠재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잠재적인 상황이 전 지구 기후시스템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실험은 이순선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이 담당했으며, 크리스티안 웬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연구원(전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이 논문 주저자로 참여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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