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를 1.5도 상승에서 멈추려면 2050년까지 석탄의 90%, 석유·가스의 60%를 땅속에 묻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온난화를 멈추려면 2050년까지 화석연료의 대부분을 땅속에 내버려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9일(한국시각) “지구평균기온을 산업화 대비 1.5도 상승에서 멈출 50%의 기회를 얻으려면 2050년까지 현재 석유와 천연메탄가스 매장량의 60%와 석탄 부존량의 90%를 추출하거나 채굴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8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38/s41586-021-03821-8)
파리기후협약 등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후 목표는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된 화석연료 채굴 및 추출 사업과 배치된다. 예를 들어 2050년까지 기후 목표를 실현하려면 석유와 가스 생산은 해마다 3%씩 감축해야 한다. 연구팀은 “생산자들이 생산을 재고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생산을 제한하고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는 세계 에너지소비의 81%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억제라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 2015년 <네이처> 논문은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2도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석유 매장량의 3분의1과 가스 매장량의 절반, 석탄 부존량의 80% 이상이 2050년까지 추출 및 채굴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를 1.5도 상승으로 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면 얼마나 많은 비율의 화석연료를 땅 속에 남겨 둬야 하는지 평가했다. 연구팀은 비추출 화석연료 부존량이 크게 증가해야 하며, 특히 석유의 경우 2015년 추정했던 것에 추가적으로 25%를 더 추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국가별로는 세계 석탄 매장량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와 옛소련 국가들은 97%를 땅속에 둬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매장량의 95%, 중국과 인도는 76%를 채굴하지 않아야 한다.
석유의 경우 중동 국가들은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3분의 2를 땅속에 내버려둬야 한다. 캐나다는 타르샌드(역청사)에서 석유를 83% 추출해서는 안된다. 북극의 화석연료도 땅속에 묻어둬야 한다.
연구팀은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석유와 가스 생산을 감축하려면 많은 지역에서 최대 생산량이 이미 도달했거나 적어도 10년 안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모델이 미래의 지구시스템 되먹임(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규모와 전개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런 결과조차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 저자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폴 에킨스 교수는 “상황은 몹시 절박하다. 현재 생산되거나 생산될 계획인 화석연료를 보면 파리기후협정 목표는 멀어보인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