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반사하는 빛도 흐려졌다, 또 ‘이것’ 때문에

온난화로 동태평양 낮은 구름 감소하며
지구의 햇빛 반사율 20년새 0.5% 줄어

기후변화로 지구가 반사하는 빛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지구가 반사하는 빛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뉴저지공대 빅베어태양관측소 연구팀은 3일(한국시각) 지구의 반사광(지구가 태양광을 반사해 달을 비추는 빛)을 수십년 관측한 결과, 최근 20년 동안 지구가 햇빛을 반사하는 비율(알베도)이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구는 20년 전에 비해 1㎡당 0.5와트 적은 빛을 반사하며, 특히 반사광 감소 현상은 대부분 최근 3년 안에 일어났다. 이는 지구 반사율의 0.5%에 해당한다”고 <미국지구물리학회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 보고했다.(DOI : 10.1029/2021GL094888)

미국 뉴저지공대 연구팀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태양빛 알베도 변화를 관측한 값(검은색)과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구름 및 지구복사에너지 관측’(세레스) 사업에서 관측한 값(파란색). ‘미국지구물리학회보’ 제공

논문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필립 구드 뉴저지공대 석좌교수는 “지구의 반사율 곧 알베도가 관측해온 17년 동안 거의 평형을 유지해오다 마지막 3년 동안 갑자기 급감해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남부 빅베어에 있는 태양관측소에서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지구 반사광 자료를 분석했다. 이후 최근 관측에서도 이런 반사광 감소 현상은 분명해졌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빛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태양의 밝기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의 반사율이다. 연구팀이 관측한 지구 알베도의 변화는 태양 밝기의 주기적 변화와 일치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일어난 무엇인가의 변화가 지구 반사율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특히 2001년부터 진행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구름 및 지구복사에너지 관측’(세레스) 사업에서 측정한 위성자료에 주목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동태평양 지역에서 밝고 반사율이 큰 저층구름이 줄어들고 있다. 북남미 서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은 지구온난화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평양 10년주기 진동’(PDO)이라는 기후 인자의 변동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는 지역이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따뜻해지면 더 많은 구름이 만들어지고 알베도가 높아져 온난화가 누그러지고 기후시스템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왔다. 하지만 뉴저지공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이런 기대와는 정반대이다. 

지구의 반사광 감소는 지구 기후 시스템에 포획되는 태양에너지 양 측면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상당량의 태양에너지가 추가로 지구 대기와 해양에 갇힌다면 이는 지구 온난화를 부추길 것이다.

이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