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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역발상으로 찾아낸 우주쓰레기 퇴치법…“배터리에 불을 붙여라”

등록 2021-10-07 10:08수정 2021-10-19 10:45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에너지 이용
수명 다한 위성을 작동궤도서 이탈시켜
미 항공우주국, 개념증명 실험 효과 확인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궤도를 향해 방출되는 소형 위성. 갈수록 소형 위성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나사 제공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궤도를 향해 방출되는 소형 위성. 갈수록 소형 위성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나사 제공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이후 지금까지 우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1만개가 넘는다.

소형화 기술에 힘입어 발사되는 위성 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 해 100개를 밑돌았으나 지난해에는 1300여개, 올해는 벌써 1400여개로 급증했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8천개에 가까운 위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업체들이 2020년대에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위성 수가 4만개에 이른다. 1개 이상의 위성을 보유한 국가가 100개국이 넘을 정도로 우주공간은 이제 인류의 보편적인 활동 영역이 됐다.

문제는 이 위성들이 잠재적인 우주쓰레기 후보들이라는 점이다. 우주쓰레기가 늘어나면 향후 발사될 위성이나 우주선과의 충돌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다양한 우주쓰레기 처리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이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디오비터’(Lithium-ion Battery Deorbiter), 줄여서 ‘립도’(LiBDO)라는 이름의 새로운 우주쓰레기 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대에 수만개가 추가로 발사될 예정이어서 우주쓰레기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픽사베이
2020년대에 수만개가 추가로 발사될 예정이어서 우주쓰레기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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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힘 빌리지 않고 제 발로 무덤 찾아가는 격

이 방법은 우주선의 활동 수명이 끝나면 내장된 배터리가 열폭주 상태로 변해 점화되고, 이때 나오는 에너지를 추력으로 삼아 위성을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것이다. 열폭주란 외부 충격 등 어떤 원인에 의해 생긴 온도 변화가 피드백을 일으키며 더욱 가속하는 상태를 말한다. 간간이 뉴스에 등장하는 휴대폰 폭발이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바로 열폭주에 의한 것이다.

립도 기술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이런 취약점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용도를 찾아낸 것이다. 즉 열폭주를 정교하게 제어해, 여기서 만들어진 뜨거운 기체를 좁은 노즐에 통과시키면 위성을 궤도에서 이탈시킬 수 있는 추력이 만들어진다. 역발상으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기존의 우주쓰레기 기술이 작살이나 그물, 로봇팔 등 별도의 수거 장치를 이용하는 방식인 반면, 립도는 우주선 스스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제 스스로 제 무덤을 찾아가도록 한 셈이다.

내장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위성의 궤도이탈 방식. 나사 제공
내장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위성의 궤도이탈 방식.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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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추진장치 없는 소형 위성 처리에 유용할 듯

이 기술은 소형 위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소형 위성에는 자체 추진장치가 없어, 수명이 다하더라도 궤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형 위성이 궤도를 벗이나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 항력(대기가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불확실성과 함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나사 추진과학부의 선임과학자 존 드사인 박사는 “위성의 배터리를 추진장치로 이용하면 전체 시간과 충돌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사 연구진은 이미 항공우주 추진 연구시설에서 개념증명 실험을 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이 실험한 배터리는 상용 고체로켓모터에 비견할 만한 추력 효율로, 소형 위성의 궤도 잔류 시간을 5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나사는 밝혔다.

에너지기술부의 조지프 네마니크 수석연구원은 “순수한 화학적 시각에서 배터리 열폭주와 고체로켓 모터는 상당히 중첩된다”고 말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 그가 제시한 것은 기술적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배터리 열폭주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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