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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기저귀를 차고 돌아온 우주비행사들

등록 2021-11-09 13:40수정 2021-11-09 14:17

우주선 변기 누수로 화장실 이용 못해
6개월만에 우주정거장 체류 끝낸 4인
귀환 여정 8시간여 동안 기저귀 착용
우주비행사들이 인데버호를 타고 지구로 돌아오기에 앞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사 제공
우주비행사들이 인데버호를 타고 지구로 돌아오기에 앞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사 제공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민간 유인우주선 프로그램 ‘크루2’에 참가했던 우주비행사들이 다사다난했던 199일간의 국제우주정거장 체류를 끝내고 지구로 돌아왔다.

나사의 셰인 킴브러와 메건 맥아더,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작사)의 호시데 아키히코, 유럽우주국의 토마 페스케 4명으로 구성된 크루2 대원들은 ‘인데버’호로 명명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타고, 도킹 해제 8시간여만인 8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각 9일 낮 12시30분) 미국 플로리다 대서양 해상에 착수했다. 이 우주선은 지난해 5월 데모2 여행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 우주 왕복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지난 6개월 동안 300개 이상의 과학실험과 4차례의 우주 유영을 실시했다. 10월 말에는 4개월간 우주정거장에서 재배한 고추를 수확해 시식했다. 또 지난 7월과 9월에는 러시아 우주선 추진기 오작동으로 우주정거장이 두 차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 소동을 겪고, 10월엔 러시아 배우와 감독으로 구성된 우주정거장 최초의 장편 영화 촬영팀을 맞는 등 다채로운 우주 경험을 했다.

한밤중에 낙하산을 펼치고 바다로 내려오는 우주선 인데버호. 웹방송 갈무리
한밤중에 낙하산을 펼치고 바다로 내려오는 우주선 인데버호. 웹방송 갈무리

특히 이들은 이번 귀환 여행에서 한나절 남짓한 시간 동안이지만 여행 내내 기저귀를 차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우주선 화장실에 문제가 생겨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출발에 앞서 우주복용으로 특별히 제작한 기저귀를 착용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 화장실 문제는 지난 9월 민간 우주여행팀 ‘인스피레이션4’ 승객들을 태웠던 크루드래건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탑승객들은 배설물을 흡입해 저장 탱크로 운반하는 팬과 튜브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팬과 튜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배설물이 변기 밖으로 흘러나와 우주선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방치할 경우엔 부식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인스피레이션4 탑승객 시안 프록터는 지구로 돌아온 후 가진 인터뷰에서 “경고음이 울렸지만 무슨 문제인지 파악해 곧 해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른쪽 위 벽에 부착된 것이 크루드래건의 변기다. 가운데 원통형이 대변용, 오른쪽 깔때기가 소변용이다. 토마스 페스케 트위터에서
오른쪽 위 벽에 부착된 것이 크루드래건의 변기다. 가운데 원통형이 대변용, 오른쪽 깔때기가 소변용이다. 토마스 페스케 트위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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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화장실은 벽걸이형…커튼 치고 사용

이에 따라 스페스이엑스는 긴급히 우주정거장에 도킹해 있는 우주선 점검을 우주비행사들에게 요청했다. 스페이스엑스 부사장 빌 거스텐마이어는 “우주선 객실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그때와 똑같은 변기 누수 문제가 인데버호에서 감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에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출발하는 크루3 우주선 ‘인듀어런스’호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우주비행사 맥아더는 귀환 비행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주 비행은 작지만 많은 도전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별도의 공간이 있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달리 크루 드래건의 화장실은 벽걸이형이다. 측면 출입구(출발 때 사용)와 상단 출입구(도킹 때 사용) 사이의 벽에 부착돼 있다. 독립공간이 아니어서 사용할 땐 커튼을 친다.

도킹을 해제한 우주선이 우주정거장 주변을 비행하며 우주정거장을 촬영하고 있다. 나사 웹방송 갈무리
도킹을 해제한 우주선이 우주정거장 주변을 비행하며 우주정거장을 촬영하고 있다. 나사 웹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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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임무는 우주정거장 360도 촬영

크루2 대원들의 마지막 임무는 귀환 여행 시작 전에 1시간 동안 우주정거장 주변을 비행하며 우주정거장의 360도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사령관을 맡은 우주비행사 페스케는 “이는 우주정거장의 외부 상태를 상세하게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정거장 외부 촬영은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이 기간 동안 우주정거장에는 새로운 태양전지판과 러시아의 나우카 모듈이 추가되고 기존 모듈의 위치가 이동하면서 외관이 크게 바뀌었다.

이들과 임무를 교대하는 제66차 원정대 우주비행사 4명은 애초 10월31일 지구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악천후와 일부 우주비행사의 ‘경미한 의료 문제’ 등으로 10일(현지시각)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나사는 체류 시한이 임박한 크루2 우주선 상황을 고려해 우주정거장에서의 임무 교대 계획을 포기하고, 크루2 대원들을 먼저 지구로 귀환시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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