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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기후변화 대응 못하는 인간…동물들은 이미 삶을 바꾸고 있다

등록 2021-11-14 15:04수정 2021-12-27 15:26

지중해 해양생물 깊은 바다속으로 이동
아마존 조류 몸집 줄이고 날개는 늘이고
지중해에 서식하는 생물종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제공
지중해에 서식하는 생물종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제공

석탄발전 폐쇄 등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대응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동물들의 발빠른 지구온난화 적응 현상은 잇따라 관찰되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14일 “물고기와 갑각류, 오징어와 같은 연체동물 등 236종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분석한 결과 지중해 일대에서 생물들이 평균 55m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지구 생태학과 생물지리학> 12일치에 실렸다.(DOI : 10.1111/geb.13414)

지중해의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해양생물들이 서식지를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텔아비브대 제공
지중해의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해양생물들이 서식지를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텔아비브대 제공

온난화 피해 차가운 바닷속으로 서식지 옮겨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09도 상승했지만, 지중해의 온난화는 특히 더 심해 30년마다 1도가 상승하고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연구에서 1990년 이후 트롤어업(해저를 따라 그물을 끌고 다양한 수종을 포획하는 방식)을 통해 수집한 236개 생물종에 대한 포획 수심 자료와 수온 관측 자료를 상호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모든 해양생물에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냉수종(차가운 물에서만 나타나는 종)은 온수종에 비해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넓고 깊은 곳에 사는 생물종들이 좁고 얕은 곳에 사는 종들보다, 또 넓은 온도대역에서 활동하는 생물종들이 좁은 온도대에서만 사는 종들보다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조너선 벨메이커 교수는 “지중해는 원래 더운 곳이었으며, 이제 많은 생물종들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메이커 교수 밑에서 박사후과정(포스닥)을 하고 있는 논문 제1저자 샤하르 체이킨은 “정책 입안자들은 생물종들이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의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한 생물종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재정의돼야 한다. 또 미래의 어업은 좀더 깊은 곳의 어류를 포획하는 사업이 될 것이며, 이는 더 먼 곳으로 이동해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벨메이커 교수는 “생물종들이 따뜻한 물을 피해 깊은 곳으로 이동해 빠른 적응을 하고 있지만 해저라는 한계가 있다. 이미 대구와 같은 심해어들은 더 내려갈 깊은 곳이 없어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아메리카오색조. 아마존 새들의 몸집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텍 지리넥 촬영.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아마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아메리카오색조. 아마존 새들의 몸집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텍 지리넥 촬영.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적도 근접할수록 몸집 작다는 베르그만법칙 작동

또다른 연구팀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아마존 새들의 몸집이 작아지면서 날개는 길어지고 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2일치에 게재했다.(DOI : 10.1126/sciadv.abk1743)

이전 연구들 중에 새들의 몸집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대부분 철새들 얘기인데다 원인으로 사냥과 살충제, 서식지 훼손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원시 그대로인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사는 정주성 새들에 대한 것으로, 연구팀은 온난화하는 기후를 유일한 변수로 생각하고 있다.

연구는 1970년대 이래 삼림 벌목과 개발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브라질 아마존의 아마존생물다양성센터에서 이뤄졌다. 센터에서는 연구의 일환으로 새를 그물로 잡아 무게를 재고 날개 길이를 측정했다. 연구원들은 40년에 걸쳐 약 1만5천마리 새의 날개 길이와 체중 비율을 집계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 조류 77종 모두에서 평균 체중 감소가 나타났으며, 36종은 1980년 이후 10년마다 체중의 2%가 감소했다. 또 이 기간 날개 길이가 평균적으로 증가한 종은 61종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이런 형태학적 변화의 배경에 지구온난화가 있다고 믿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이 지역은 건기에는 1.65도, 우기에는 1.0도 기온이 높아졌다. 우기는 더 습해지고, 건기는 더 건조해졌다.

논문 제1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통합생태연구소의 비텍 지리넥 연구원은 “기온과 습도의 변동이 이런 변화의 원인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동종이나 가까운 종끼리 비교했을 때 추운 곳일수록 몸집이 커지고, 반대로 적도에 가까울수록 몸집이 작다는 ‘베르그만법칙’을 언급했다. 베르그만법칙은 19세기 독일의 동물학자 크리스티안 베르그만이 세운 가설로, 추운 지방에 살기 위해서는 열이 발산하는 양을 줄여야 하는데 몸집이 커야 밖으로 노출되는 체표 면적의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이론이다.

하지만 날개 길이가 길어진 원인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멀리 날아갈 필요가 있어 날개 길이가 늘어났다고 추정했지만, 이런 변화가 진화적 압력 때문인지, 새들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이가 들면서 날개 길이가 늘어난 것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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