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단에 장착된 산화제탱크. 누리호 발사 실패는 이 탱크 안에 있는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린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 10월21일 발사된 누리호 실패의 원인은 3단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려 내부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산화제가 누설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누리호는 3단 로켓엔진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꺼져 위성모사체가 목표한 궤도에 진입 못한 채 바다로 추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29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조사위)가 누리호 1차 발사 때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비행중 부력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아 약하게 만들어진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풀린 것이 일차 원인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력 7톤 엔진이 장착된 3단에는 산화제탱크와 연료탱크가 결합돼 있는데, 산화제탱크 안에는 132ℓ 용량의 고압헬륨탱크 2개가 들어 있다. 헬륨탱크는 산화제탱크 안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산화제가 빠져나간 자리를 헬륨으로 채우는 일을 한다.
누리호 3단 산화제탱크 안 고압헬륨탱크와 배관 배치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조사위는 누리호 비행 중 획득한 2600여개의 텔레메트리(원격자료전송장비) 데이터를 분석해 3단 산화제탱크의 압력이 저하돼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최환석 조사위 위원장(항우연 부원장)은 “산화제탱크에는 액체산소가 들어 있는데, 그 안에 장착돼 있는 헬륨탱크의 고정장치를 설계할 때 가속도에 의해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헬륨탱크 하나가 받는 부력은 약 482㎏(체중 80㎏의 성인 6명이 매달려 당기는 힘)인데,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최대 하중은 약 405㎏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지지력이 부력을 이기지 못하고 이탈한 헬륨탱크가 내부 구조물과 부딪혀 균열을 일으키면서 액체산소가 누설됐고 결국 3단 엔진이 조기에 꺼졌다는 게 조사위 설명이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조사위 분석을 바탕으로 곧바로 헬륨탱크 고정부와 산화제탱크 구조를 강화하는 등 기술적 보완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5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는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정책관은 “현재 누리호 개선방안은 나왔지만 구체적 일정까지 확정되지 않아 누리호의 5월 2차 발사는 어렵고 내년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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