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에서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29일 누리호 1차 발사 때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3단 산화제탱크 안 고압헬륨탱크 지지가 풀려 내부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산화제가 누설돼 7톤 엔진이 일찍 꺼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누리호 실패 원인을 조사해온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위원장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는 이날 “조사 초기에 3단 산화제탱크의 압력이 낮아져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음을 확인한 뒤 압력 저하 원인을 찾았다. 그 결과 헬륨탱크 지지 이완을 확인하고 그 원인으로 가속에 의한 부력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때문인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2600여개의 텔레메트리(원격자료전송장비) 자료를 분석해 △이륙 36초에 3단 탱크연결트러스와 위성어댑터에서 특이 진동 계측, 헬륨탱크에서 헬륨 누설이 시작되면서 산화제탱크 기체 압력 상승 △67.6초에 산화제탱크 기체 압력 하강 시작, 산화제탱크 상부 표면온도 급격히 하강 △115.8초에 헬륨탱크 압력 재하강, 이로 인해 3단 산화제탱크 기체 압력 재상승 등의 현상을 찾아냈다.
다음은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하 권)과 최환석 조사위 위원장(이하 최),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하 고) 등의 일문일답이다.
―누리호 1단이 이륙 127초에 분리됐는데,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전부터 3단 산화제탱크에서 진동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발사 이후에 진동이 누적된 것이라면 단순히 지지물 구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나?
누리호 3단 산화제탱크 안 고압헬륨탱크와 배관 배치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최) “우주발사체는 비행 중에 엔진의 진동이나 또는 공기력에 의한 진동은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단 산화제탱크 안에 있는 고압헬륨탱크가 부력에 의해 이탈해 부상하는 과정에서 탱크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내부 구조물들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진동을 유발시킨 것이다. 36초, 67.6초, 115.8초에 관측된 진동이 비정상 비행을 발생시킨 원인이 아니고, 헬륨탱크가 부상하면서 부수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헬륨탱크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 “로켓의 추진제 탱크에는 연료와 산화제가 충전돼 있다. 연료와 산화제를 엔진에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탱크를 적절한 압력으로 가압해줘야 한다. 추진제가 소모되면 추진제 탱크 상부 공간의 압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동일한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헬륨가스를 이용해 탱크를 가압해준다.”
―부력 증가 고려가 미흡했다고 했는데, 얼마나 부족했나?
(최) “누리호 비행중에 최대 4.3G에 해당하는 가속도가 발생했다. 하지만 (헬륨탱크 고정장치에 대해) 1G에 해당하는 부력만 고려했다. 1단 비행중 최대가속도인 4.3G에 대한 부력을 고려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
누리호 3단에 장착된 산화제탱크 형상. 누리호 발사 실패는 이 탱크 안에 있는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린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액체산소에 잠겨 있는 헬륨탱크를 위로 띄우는 힘(부력)이 늘어나서 헬륨탱크의 고정장치를 흔들었다는 것인가?
(고) “산화제탱크 안에는 132ℓ 용량의 헬륨탱크가 2개가 장착돼 있다. 탱크 하나가 받는 부력은 약 482㎏중인데, 체중 80㎏의 성인 6명이 매달려 당기는 힘과 동일하다. 하지만 헬륨탱크에 지지를 하기 위한 구조물은 최대 약 405㎏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지지력보다 큰 부력이 헬륨탱크를 부상시켜 산화제탱크 안에서 위로 떠올랐다.”
―누리호 발사 뒤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의견이 많다. 최종 결과를 발표한 만큼 명확한 말씀을 부탁한다.
(최) “누리호 1차 발사는 발사체를 개발한 뒤에 시스템의 성능을 보기 위한 시험 발사였다. 물론 국민들께서는 최초의 성공을 기대하셨겠지만 실패 자체도 개발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스페이스엑스에서도 지지력을 넘어선 부력에 의해 헬륨탱크가 부상해 산화제탱크와 충돌하면서 폭발 사고로 이어졌다.”
―내년 5월19일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는 가능한가?
(권) “현재 ‘어떤 어떤 것을 개선하겠다’까지는 나와 있는 상황인데 구체적인 방안은 이제 찾아가는 중이다. 현재 논의한 바로는 내년 5월 2차 발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선에) 장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어서 내년 하반기 중에는 (2차 발사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발사가 미뤄지면 이후 누리호를 통한 인공위성 발사, 예를 들어 차세대 중형위성 3호 발사 등의 일정도 수정되나?
(고) “설계변경이 어느 정도 될지, 후속조치에 필요한 기간이 얼마나 필요할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속일정에 대한 영향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2차 발사가 조금 밀리더라도 다른 부분들을 조금 빠르게 진행하면서 3차 발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해 후속일정들에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