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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노벨상 수상자, 7년 특허 소송서 패배

등록 2022-03-07 10:03수정 2022-03-17 11:38

2020년 노벨화학상 받은 UC버클리 다우드나
미 특허심판원, 경쟁 연구소쪽에 특허권 인정
“진핵세포에서 먼저 기술 성공한 건 펑장 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카스9’ 기술 특허를 놓고 분쟁 중인 2020년 노벨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왼쪽)와 펑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카스9’ 기술 특허를 놓고 분쟁 중인 2020년 노벨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왼쪽)와 펑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명예와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 노벨상 수상자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을 개발한 공로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정작 그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진 특허 소송에서 패하고 말았다.

미국 특허상표국(USPTO) 특허심판원(PTAB)은 7년간 이어진 크리스퍼 특허소송 항소심에서 지난달 28일 최종적으로 다우드나가 속한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팀이 아닌 MIT-하버드브로드연구소의 펑장 교수팀 손을 들어줬다. 이 기술의 핵심이라 할 진핵세포 크리스퍼 기술에 대한 다우드나쪽의 지적재산권 주장을 기각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판결문에서 인간을 포함한 진핵세포에서의 유전자편집 기술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킨 쪽은 브로드연구소 팀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크리스퍼에 기반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브로드연구소쪽과 기술사용료를 협상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이에 따라 펑장 교수팀은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함께하지 못한 대신 거액의 로열티를 챙길 수 있는 실리를 손에 넣게 됐다. 반면 다우드나 교수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한 생명공학기업 인텔리아 세라퓨틱스는 큰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허심판원의 판결이 나오던 날, 크리스퍼 주사를 이용한 치료제로 신경장애 치료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한 인텔리아는 패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기술 먼저 발표했지만 세포 시연은 못해

분쟁의 씨앗은 10년 전에 뿌려졌다. 다우드나 교수는 노벨상 공동수상자인 엠마뉘엘 샤르팡티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함께 2012년 6월28일 ‘사이언스’에 ‘크리스퍼-카스9’이란 이름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발표했다. 박테리아의 바이러스 면역 시스템에서 힌트를 얻은 이 기술은 유전자가위를 DNA의 표적 부위로 데려다 주는 가이드RNA(크리스퍼)와 표적을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카스9)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 도구를 이용하면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만 골라 절단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다우드나팀은 이 기술을 세포 안에서 시연해 보이지는 못했다. 세포 안에서 이 기술을 처음 시연해 보인 것은 브로드연구소의 평장 연구팀이었다. 이들은 2013년 1월3일 ‘사이언스’에 인간과 생쥐 세포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우드니팀은 2012년 5월, 펑장팀은 2012년 12월에 특허를 출원했다. 각각 자신들의 논문이 발표되기 한 달 전이다. 그런데 특허를 먼저 받은 것은 2014년 4월 브로드연구소팀이었다. 신속심사 제도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이후 이듬해 다우드나팀이 브로드연구소의 특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기나긴 특허 싸움이 시작됐다.

특허심판원은 7년간의 분쟁을 끝내는 84쪽짜리 판결문에서 어류와 포유류 세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두 그룹의 실험을 검토한 끝에, 브로드연구소팀이 2012년 10월5일 이전에 세포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가위 실험에서 성공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우드나쪽은 브로드연구소가 자신들의 기술에 기반해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심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특허상표국 본부 건물.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특허상표국 본부 건물. 위키미디어 코먼스

“상어끼리는 서로 협력하기 어려워”

특허심판원 판단의 핵심은 UC버클리의 기술은 원핵세포, 브로드연구소의 기술은 진핵세포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대상이 대부분 인간을 포함한 진핵세포이기 때문이다.

버클리캘리포니아대는 판결 직후 성명에서 “우리는 특허심판원의 결정에 실망했으며 크게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다우드나팀은 크리스퍼 기술의 다른 부분에 4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30개국에서 원천기술 특허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연구소는 “특허심판원과 연방법원이 거듭 확인한 것처럼, 브로드의 진핵세포를 대상으로 한 기술은 엄연히 다른 특허이며 시험관 실험 결과로부터는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브로드연구소는 또 비용이 많이 드는 특허분쟁을 끝내기 위해 오랫동안 다우드나쪽과 공동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해왔다고 덧붙였다.

일리노이대 제이콥 셔코(Jacob Sherkow) 교수(법학)는 ‘사이언스’에 “다우드나팀은 정말 좋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특허가 없고, 브로드팀은 정말 좋은 특허를 갖고 있지만 임상 데이터가 많지 않다”며 두 당사자가 서로 원하는 것이 있는 만큼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상어들이 서로 협력하도록 하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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