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 화성탐사선 엑소마스의 로봇 탐사차 ‘로잘린드 프랭클린’.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와 함께 올해 화성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를 발사하려던 계획을 공식 중단했다.
유럽우주국은 17일 22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과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유럽우주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비극적 결과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결정이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알지만 유럽우주국은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 조처를 전폭적으로 준수한다”고 밝혔다.
유럽우주국은 올해 9월 중 화성 착륙선과 로봇 탐사차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러시아의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었다.
이날 결정으로 엑소마스는 2018년 기술적 문제, 2020년 코로나19 발생에 이어 이번에 정치적 이유로 일정을 세번째 연기하게 됐다. 이로써 유럽우주국의 화성 탐사는 아무리 일러야 2024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태양 공전 주기가 2년인 화성은 적절한 탐사선 발사 시기가 2년마다 돌아온다.
러시아가 제작을 맡은 착륙 플랫폼 ‘카자초크’. 유럽우주국 제공
엑소마스는 애초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무산되면서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됐다. 러시아는 엑소마스 프로그램에서 착륙선(카자초크)과 로켓(프로톤)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탐사차에도 러시아의 장비가 일부 실린다.
유럽우주국은 앞으로 엑소마스 프로그램을 계속할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신속 연구를 수행할 권한을 사무총장에게 부여했다.
요제프 아슈바허 사무총장은 “유럽 단독으로 할지, 아니면 다른 협력국들과 함께 추진할지 선택해야 한다”며 “나사와 새롭게 협력하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사가 우리를 지원하겠다는 매우 강한 뜻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발사 일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2026년 이전은 아닐 것”이라며 “그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이 엑소마스 프로그램의 첫번째로 2016년에 발사한 화성 궤도위성. 유럽우주국 제공
러시아는 이에 대해 독자 탐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에서 “우주를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슬픈 사건”이라며 “우리는 자체 착륙 모듈을 다시 만들고 이를 로켓 앙가라에 실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독자적으로 탐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은 또 지난달 말 러시아 로스코스모스가 프랑스령 기아나우주기지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킴에 따라 소유즈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인 5가지 위성 임무가 모두 보류됐으며, 대체 발사 계획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러시아우주국과의 협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유럽우주국은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은 우주정거장과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명목상 계속 운영한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