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자들이 20년에 걸친 노력 끝에 네트워크를 구축한 동물인터넷
‘이카루스’(ICARUS)가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동물인터넷이란 동물 몸에 부착한 송신기를 우주정거장에 설치한 수신기와 연결해 지구 전역의 동물 생태를 관찰하는 일종의 사물인터넷 시스템이다.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주도 아래 2002년 출범한 이 프로젝트는 5천개의 동물 송신기로 2020년 9월부터 정식 가동을 시작해 지난 3월8일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 경향’에 첫 운용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주정거장의 러시아 모듈에 설치돼 있는 안테나가 작동을 멈췄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독일과 러시아 우주국의 우주정거장 협력이 전면 중단된 탓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에 따라 개똥지빠귀 등에 대한 새로운 추적 관찰 연구가 보류됐다고 전했다.
국제우주정거장 러시아 모듈에 설치한 이카루스 안테나. 이카루스 제공
그동안 이카루스를 이용해 도요새와 뻐꾸기를 추적 관찰해온 몽골야생과학보존센터의 니암바야르 바트바야르 소장(생태학)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것(전쟁)은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을 모두 허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카루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마르틴 비켈스키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소장과 예일대 월터 제츠 교수는 다른 위성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카루스팀은 처음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퇴짜를 맞은 뒤 독일 및 러시아 우주국과 손을 잡고 2019년 독일이 만든 안테나를 우주정거장의 러시아 모듈에 설치했다.
이카루스팀은 지난해까지 전 세계 91개 지역과 러시아 21개 지역의 동물에 무게 4g의 송신기를 부착했다. 우주정거장이 송신기 부착 동물이 있는 지역을 통과하면 자동으로 송신기가 켜지며 데이터를 우주로 날려보낸다.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로 보낸 데이터는 러시아의 관제센터를 거쳐 독일 데이터센터로 보내진 뒤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가 운영하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무브뱅크’에 저장된다.
과학자들은 이카루스 데이터를 통해 그동안 자세히 몰랐던 동물 세상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예컨대 1960년대 이후 개체 수가 80%나 감소한 물떼새(마운틴플로버)의 경우 송신기를 부착한 17마리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새들은 콜로라도에서 번식을 끝낸 뒤 콜로라도 동부, 캔자스, 오클라호마 등 각기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동을 위해 남쪽 지역으로 이동한 새들의 일부는 멕시코까지 날아갔다. 이는 철새들이 항상 고정된 두 지점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아, 또는 홍수나 화재 같은 방해물을 피해 이동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바트바야르 박사는 “이카루스가 기존의 동물 이동에 대해 갖고 있던 그림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카루스팀은 송신기를 부착한 동물들을 10만마리까지 늘리면 지구 생태계의 파수꾼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카루스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용 마이크로위성을 발사하거나 다른 위성에 수신기를 설치한다는 애초의 네트워크 확장 방안을 더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몇몇 우주국과 위성기업들로부터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2024년까지 수신기를 설치하겠다는 잠정 약속을 받았다. 2027년 나사와 독일우주국이 합작으로 쏘아올리는 지구관측위성 ‘그레이스’에도 수신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