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모양의 산호초. © Alexis Rosenfeld/유엔
장미꽃 모양의 산호초, 성층권까지 치솟는 화산재, 죽은 파리 몸에 핀 곰팡이, 빗물이 만든 나무 도랑….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2022년 한 해를 마감하며 고른 올해 최고의 과학 사진들이다. 글이 논리를 준다면 사진은 영감을 준다. 네이처가 고른 사진 가운데 몇가지를 소개한다.
‘네이처’ 편집진이 맨 먼저 고른 것은 지난 1월 유네스코의 해양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 잠수부들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섬 인근 태평양에서 발견한 장미꽃 모양의 3km 길이 산호초다. 산호 중 큰 것은 지름이 2미터나 된다.
수심 30미터 깊이에 있는 이 산호초는 이 깊이에서 발견된 것으로서는 가장 큰 것 가운데 하나다.
산호초는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처다. 하지만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09~2018년에 세계 산호초의 14%가 사라졌다.
63배 확대한 도마뱀붙이 태아의 발. Grigorii Timin & Dr. Michel Milinkovitch/Nikon Small World 2022
둘째는 스위스의 진화생물학자 그리고리 티민이 촬영한
도마뱀붙이의 태아 발 사진이다. 형광 염색 처리를 한 뒤 63배 확대해 찍었다. 300장의 사진을 이어붙여 완성한 사진이다. 실제 도마배붙이 태아의 발은 3mm에 불과하다.
이 사진은 현미경 사진 공모전인 니콘스몰월드에서 올해 1위를 차지했다. 티민의 지도교수는 “처음엔 아름다운 발가락 무늬 정도만 보이지만 확대하면 뼈가, 더 확대하면 힘줄이, 더더욱 확대하면 혈액세포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A.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EHT/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셋째는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A다.
블랙홀은 별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 연료를 모두 써버린 뒤 중력붕괴하면서 형성된다. 워낙 중력이 강해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블랙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구에서 2만7000광년 떨어져 있는 궁수자리A는 태양의 430만배 질량에 지름은 태양~수성 거리인 2350만㎞에 이른다.
2019년에 공개된 처녀자리 은하 M87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에 이은 두번째 블랙홀 이미지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질량도 태양의 65억배로 궁수자리A 블랙홀보다 1600배 크다.
독수리성운의 ‘창조의 기둥’. 미 항공우주국 제공
넷째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찍은 독수리성운의 별 탄생 구역 ‘창조의 기둥’이다. 이미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어 유명해진 우주 공간이지만 강력한 적외선 투과력을 갖춘 제임스웹망원경이 더욱 상세하게 그 모습을 포착했다. 창조의 기둥은 지구에서 6500광년 떨어져 있다.
좀비 파리. 로베르토 가르시아-로아(CC BY 4.0 )
다섯째는 죽은 파리와 그 몸에 핀 곰팡이다. 네이처 편집진은 이 사진에 ‘좀비 파리’라는 제목을 붙였다. 올해 ‘비엠시 생태 및 진화’(BMC Ecology and Evolution) 사진 공모전 수상작이다.
나무 모양의 도랑. Li Ping/TNC 사진 콘테스트 2022
여섯째는 빗물이 만들어낸 나무 모양의 도랑이다. 올해 ‘네이처 컨서번시’(Nature Conservancy)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티베트 지역의 한 도로변에서 드론을 띄워 촬영했다.
사람의 비강 세포. Katie-Marie Case
일곱째는 사람의 비강 세포 사진이다. 비강 세포는 코에서 이물질을 잡아 제거하는 작은 털인 섬모로 덮여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한 박사과정 연구원이 코로나19 발생이 연령대별로 다른 이유를 연구하던 중 촬영했다. 이 연구원은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이런 모양은 나이든 환자에게서만 나타난다고 밝혔다.
우주에서 본 통가 수중화산 폭발. 미 해양대기청 제공
여덟째는 올해 1월 발생한 남태평양 통가섬 인근의 수중 화산 폭발 장면이다. 지구관측 위성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통가 화산(훙가 통가-훙가 하파이)의 해저 폭발은 TNT 4~18메가톤의 강력한 힘으로 엄청난 수증기 기둥을 고도 10km가 훨씬 넘는 성층권까지 내뿜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