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 유타주 사막의 국방부 시험훈련장에 착륙한 소행성 베누의 시료가 담긴 캡슐. 이 시료는 2020년 10월 수집됐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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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가져온 소행성 베누의 암석과 먼지 250g을 담은 캡슐이 24일 오전 10시52분(한국시각 밤 11시52분) 미 유타주 사막에 착륙했다. 이로써 지구를 출발해 돌아오기까지 7년간 62억km에 걸친 오시리스-렉스의 우주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소행성 물질을 지구로 가져온 것은 일본의 이토카와, 류구에 이은 세번째다. 미국으로선 첫번째 소행성 표본 회수다.
캡슐은 착륙 4시간 전 지구 밖 10만2천km 지점에서 탐사선에서 분리돼 본격적인 지구 귀환 과정을 시작했다. 이어 고도 133km를 기점으로 대기권에 진입해서는 대기 항력을 이용해 속도를 줄이다가 낙하산을 펼치고 시속 18km의 속도로 유타주 사막에 설정해 놓은 구역에 착륙했다. 대기권 진입에서 착륙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미 항공우주국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24km 거리에서 촬영한 소행성 베누. 미 항공우주국 제공
45억년 전 태양계 초기 물질 분석 기대
팽이 모양의 베누는 지름 약 500m의 아주 작은 탄소질 소행성으로 유기물질이 풍부하다. 435일에 한 번 태양을 공전하며 자전 주기는 4시간이다.
과학자들은 베누가 10억~20억년 전 소행성대에서 일어난 큰 충돌로 떨어져 나온 소행성으로 추정한다. 크기가 작아 중력 등에 의해 변형되지 않고 물질들이 느슨하게 뭉쳐진 암석 집합체다. 또 먼 과거에 액체 물에 의해 화학적으로 변화된 흔적도 있다.
과학자들은 기상 현상과 지각 변동 등으로 크게 변형된 지구와 달리 베누는 45억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소행성 시료를 분석하면 태양계 형성 과정의 비밀을 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소행성의 유기물질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오시리스-렉스팀의 안자니 폴리트 연구원(애리조나대)은 ‘뉴사이언티스트’에 “베누와 같은 소행성은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남은 잔해로, 초기 태양계가 남긴 타임캡슐”이라고 말했다.
2016년 9월 지구를 출발한 오시리스-렉스는 2년여의 우주비행 끝에 2018년 2월 지구에서 1억3천만km 떨어진 곳의 소행성 베누에 도착했다. 오시리스-렉스는 이어 2년간 베누의 궤도를 돌며 준비한 끝에 2020년 10월20일 로봇팔을 이용해 베누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한 뒤 2021년 5월 지구 귀환 길에 올랐다.
2020년 10월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에서 소행성 베뉴의 시료를 담은 용기를 캡슐에 보관하는 장면. 미 항공우주국 제공
역대 소행성 시료 중 가장 많은 양
오시리스-렉스가 채취한 시료 250g은 앞서 일본의 두 소행성 탐사선이 가져온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일본의 하야부사 2호는 2020년 류구에서 5.4g의 시료를, 하야부사 1호는 2010년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1g도 안되는 극미량의 시료를 가져왔다.
회수 즉시 오염 방지를 위해 질소 클린룸에 캡슐을 임시 보관한 나사는 25일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로 가져가 본격적인 시료 분석 작업에 들어간다. 첫 분석 결과는 10월14일 공개한다. 시료의 일부는 세계 과학자들에게도 나눠준다. 분석에 사용하는 시료는 25%이고, 나머지 75%는 미래의 과학자들이 더욱 정밀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보존할 예정이다.
나사는 “베뉴의 시료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행성 형성과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은 유기물과 물의 기원을 더 잘 이해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누는 현재로선 지구 위협 소행성이 아니지만 159년 후인 2182년 9월24일 2700분의 1, 즉 0.037%의 확률로 지구에 충돌할 수 있다. 베누가 지구에 충돌하면 1200메가톤의 에너지가 방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핵무기인 옛 소련의 수소폭탄 ‘차르 봄바’ 폭발력의 24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베누 소행성 프로젝트에서 얻은 정보와 시료는 필요할 경우 베누의 궤도를 바꿔 충돌을 피하는 방법을 찾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상상도). 미 항공우주국 제공
탐사선, 소행성 아포피스 향해 다시 우주로
캡슐을 방출한 오시리스-렉스는 20분 후 다음 탐사 임무를 위해 다시 우주로 날아갔다. 다음 목적지는 2029년 지구에서 3만1600km 거리까지 다가오는 지름 300m의 소행성 아포피스다. 우주선의 이름도 오시리스-아펙스로 바뀌었다.
우주 탐사 분야에서 올해 가을은 소행성의 계절이다. 오시리스-렉스 말고도 다른 2개의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가 더 있다.
나사는 10월5일 또 다른 소행성 탐사선 프시케를 발사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 있는 지름 200㎞의 프시케엔 금, 니켈 등의 금속 광물이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의 소행성 자원 채굴을 위한 탐색전인 셈이다.
이어 11월1일엔 나사의 소행성 탐사선
루시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딘키네시를 지나쳐 지나갈 예정이다. 2021년 10월 지구를 출발한 루시가 조우하는 첫 소행성이다. 루시는 목성 앞뒤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트로이 소행성군의 8개 소행성을 잇따라 탐사하는 12년 장기 프로젝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