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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멸종 결정적 요인은 미세먼지? “지구 온도 15도 떨어져”

등록 2023-11-28 09:30수정 2023-11-28 15:20

소행성 충돌 충격으로 쏟아진 규산염 먼지
6600만년 전 멕시코 남동쪽 유카탄 반도 인근 바다에 충돌하고 있는 소행성. 이 충격으로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종의 75%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6600만년 전 멕시코 남동쪽 유카탄 반도 인근 바다에 충돌하고 있는 소행성. 이 충격으로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종의 75%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인근 바다에 떨어진 소행성은 당시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공룡을 포함해 지구 생물종의 75%를 멸종시켰다. 공룡 멸종은 지구 역사에서 일어난 다섯번의 대멸종 중 가장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파충류의 중생대는 종말을 고하고 포유류가 번성하는 신생대가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어느 따스한 봄날 지름 약 10km 안팎의 소행성이 60도 각도 방향에서 초속 20km의 속도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소행성 충돌 여파로 생긴 구덩이(칙술루브 충돌구)는 깊이 20km, 폭은 200km나 됐다. 거대한 충돌 에너지를 받은 암석은 뜨거운 열기를 품은 채 순식간에 증발해 소행성 파편과 함께 대기로 퍼져 나가 곳곳에 산불을 일으켰고, 대규모 지진과 함께 땅속에 갇혀 있던 마그마가 솟구치면서 화산이 폭발했으며, 바다에선 수천㎞ 밖까지 쓰나미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온 유황 입자와 검댕, 먼지 등이 햇빛을 가려 지구를 어둡고 추운 겨울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소행성 충돌 후 전 지구적 겨울을 촉발한 구체적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었다. 충돌 당시 방출된 유황, 충돌 후 산불로 인한 검댕 입자 등이 기온 저하의 주요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였다. 벨기에 왕립천문대가 중심이 된 국제 연구진이 새로운 자료를 토대로 공룡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황이나 검댕이 아닌 미세먼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했다.

소행성 충돌 직후와 120시간 후의 규산염 먼지 분포 시뮬레이션 결과. 충돌 후 불과 며칠만에 지구 전체가 규산염 먼지를 뒤집어 썼다. 출처: Cem Berk Senel(ROB-VUB)
소행성 충돌 직후와 120시간 후의 규산염 먼지 분포 시뮬레이션 결과. 충돌 후 불과 며칠만에 지구 전체가 규산염 먼지를 뒤집어 썼다. 출처: Cem Berk Senel(ROB-VUB)

소행성 충돌 2주만에 전 세계 식물 광합성 중단

이번 연구는 현재 미국 중서부 노스다코타 지역의 중생대-신생대 경계층에 보존돼 있는 소행성 충돌의 낙진이 형성한 퇴적암층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태니스라는 이름의 이 지층은 칙술루브 충돌구로부터 30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당시 충돌 여파의 낙진이 1.2m 두께로 쌓여 있다.

연구진은 이 지층에서 채취한 황과 검댕, 규산염 광물을 조사한 결과 지름 약 0.8~8.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의 규산염 미세먼지 입자가 매우 많이 포함돼 있음을 발견했다. 규소와 산소, 약간의 금속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 규산염은 유리, 도자기 등의 원료로 쓰이는 물질이다.

연구진이 암석 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고기후 모델을 돌려본 결과, 소행성 충돌 후 2주 이내에 전 세계 식물들의 광합성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는 무려 620일 동안 지속됐으며, 대략 4년 동안은 충돌 이전 상황을 회복하지 못했다.

또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규산염 미세먼지는 최대 15년 동안 대기에 머물며 지구 기온을 최대 15도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미 중서부 노스다코타 지역의 백악기-고기세 경계 지층. 분홍색-갈색층은 칙술루브 소행성 충돌 사건에서 파생된 분출물 잔해가 만든 지층이다. 출처: Pim Kaskes
미 중서부 노스다코타 지역의 백악기-고기세 경계 지층. 분홍색-갈색층은 칙술루브 소행성 충돌 사건에서 파생된 분출물 잔해가 만든 지층이다. 출처: Pim Kaskes

서서히 공룡을 멸종시키는 은밀한 살인자

논문 공동저자인 필립 클레스 브뤼셀자유대 교수(지질학)는 “시뮬레이션에서는 규산염 먼지가 가장 효율적인 광합성 차단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소행성이 충돌 직후 한꺼번에 전 세계의 공룡을 죽인 것이 아니라 서서히 공룡의 씨를 말려나간, 은밀한 살인자였음을 뜻한다.

이전 연구들에서는 규산염 먼지입자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연구진은 유황과 검댕도 전 세계적인 기온 저하에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이 입자들은 규산염 먼지만큼 오랜 기간 대기에 남아 있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 기간은 기껏해야 8년 정도라는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 스티브 브루셋 교수(고생물학)는 가디언에 “칙술루브 충돌구를 만든 소행성은 지난 5억년 동안 지구에 충돌한 것 중 가장 큰 소행성이었다”며 “10억개 이상의 핵폭탄을 합친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공룡을 포함한 생물종의 75%를 죽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61-023-01290-4

Chicxulub impact winter sustained by fine silicate dust. Nat. Geosci(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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