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 연휴 때 서해안고속도로 요금소(톨게이트)를 빠져나온 귀성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느림보 주행을 하고 있다. 도시간 교통량은 도시 인구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뉴턴의 중력법칙과 비슷한 성질을 띤다는 사실이 최근 ‘네트워크 물리학’ 분야의 연구에서 확인됐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우성 박사 ‘고속도로 통행량과 네트워크’ 논문 눈길
도시간 교통량, 거리 제곱에 반비례…인구 곱에는 비례
수도권선 ‘중력모형’ 안맞아…“인구과밀 먼저 해소해야”
도시간 교통량, 거리 제곱에 반비례…인구 곱에는 비례
수도권선 ‘중력모형’ 안맞아…“인구과밀 먼저 해소해야”
한국 고속도로 통행에도 뉴턴의 중력법칙이 작용한다?
생뚱맞은 소리 같지만 국제학술지에 정식으로 실린 ‘네트워크 물리학’ 논문의 얘기다. 미국 보스턴대학 물리학과의 정우성 박사와 유진 스탠리 교수는 30일 “한국 고속도로공사의 전국 통행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도시간 교통량이 중력법칙과 비슷한 성질을 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턴의 만유인력(중력) 법칙은 중력의 크기가 두 물체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두 물체 질량의 곱엔 비례함을 보여주는데, 도시간 교통량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도시간 거리의 ‘제곱’엔 반비례하고 두 도시 인구의 ‘곱’에는 비례하는 독특한 관계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두 도시의 인구가 2배로 늘면 교통량은 2배로 늘고, 도시간 거리가 2배라면 교통량은 4분의 1에 머문다는 셈법이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학술지 <유로피직스 레터스>(EPL) 2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최근 온라인판에 먼저 발표됐다.
정 박사는 “전국 30개 도시의 상호 통행량을 분석하고 거리와 인구의 상관관계를 살폈더니 거기에서 신기하게도 중력법칙의 특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인구나 거리 외에도 지형이나 기후, 산업에 따라 교통량이 달라지겠지만, 무엇보다 도시간 중력모형이 한국 고속도로 교통량을 설명하는 데 잘 들어맞았다”고 덧붙였다.
물리학의 뉴턴 중력법칙은 여기에서 교통량의 패턴을 설명하는 과학의 ‘은유’(메타포)다. 사람을 입자로 비유하고 사회를 물질로 비유해, 인간 행동이나 사회·경제 현상을 물리법칙으로 해석하려는 연구 흐름은 ‘경제물리학’, ‘사회물리학’ 등으로 불리며 지난 10여년 동안 발전해왔는데, 고속도로 통행량 연구도 이런 물리학 연구 중 하나다.
한국 고속도로의 연결망(네트워크)에는 독특한 특징도 드러났다.
고속도로 네트워크를 그려보니, 통행량은 서울-대구-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부고속도로 축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권, 부산권, 대구권은 자체의 네트워크를 갖춘 ‘허브’의 모습을 띠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 박사는 “인터넷이나 항공망과 달리 제한된 땅 위의 도로망에선 ‘허브’가 두드러지지 않는 게 보통인데, 한국에선 특이하게 경부축을 중심으로 허브의 형태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수도권 주변 도시에선 ‘통행량의 중력모형’이 잘 들어맞지 않았다. 정 박사는 “특히 서울, 수원, 용인, 안산 등지에선 도로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교통량이 나타나 중력모형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며 “통계물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수도권의 인구 과밀을 먼저 해소하지 않고선 교통난을 해결하기 힘듦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제약 없는 하늘길을 갖춘 항공망에서나 나타날 만한 네트워크 허브의 특성이 땅 위의 수도권 도로망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될 정도로 과밀과 교통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는 “서울 같은 ‘수퍼 허브’에선 아무리 길을 넓혀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 한 교통지옥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도로망과 교통 흐름의 중력모형을 한 나라의 전국 수준에서 처음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전국 통행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뉴턴의 중력법칙
게다가 수도권 주변 도시에선 ‘통행량의 중력모형’이 잘 들어맞지 않았다. 정 박사는 “특히 서울, 수원, 용인, 안산 등지에선 도로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교통량이 나타나 중력모형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며 “통계물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수도권의 인구 과밀을 먼저 해소하지 않고선 교통난을 해결하기 힘듦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제약 없는 하늘길을 갖춘 항공망에서나 나타날 만한 네트워크 허브의 특성이 땅 위의 수도권 도로망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될 정도로 과밀과 교통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는 “서울 같은 ‘수퍼 허브’에선 아무리 길을 넓혀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 한 교통지옥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도로망과 교통 흐름의 중력모형을 한 나라의 전국 수준에서 처음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전국 통행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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