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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이제는 ‘개인별 게놈’ 풀어낸다

등록 2009-01-07 19:17수정 2009-01-08 10:30

서정선(맨 왼쪽) 박종화(가운데)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원장 김성진·오른쪽)
서정선(맨 왼쪽) 박종화(가운데)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원장 김성진·오른쪽)
한국도 질병-게놈 맞춤연구 움터
30대남성 정보 국제공인 DB 올라
초고속장비로 비용·시간 줄어들듯
“개인용 컴퓨터가 컴퓨터 대중화를 열었듯이, 개인 유전체가 유전체 대중화를 열고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개인 유전체’(퍼스널 게놈·PG)의 30억쌍 염기서열을 해독해 맞춤의료와 예방의학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움트고 있다. 이미 미국·중국이 개인 유전체를 다량으로 해독해 유전체와 질병의 개인별 관련성을 찾으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이어, 개인 유전체가 올해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유전체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끝난 지 몇 년 만에 적은 비용으로 한 사람의 유전체를 초고속으로 해독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개인 유전체의 분석이 대중화하는 시대를 이미지로 표현한 그림.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 제공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끝난 지 몇 년 만에 적은 비용으로 한 사람의 유전체를 초고속으로 해독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개인 유전체의 분석이 대중화하는 시대를 이미지로 표현한 그림.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 제공
서정선(맨 왼쪽) 서울대 의대 교수(유전체의학연구소장)는 7일 “지난해 30대 한국인 남성 한 명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심층 분석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한 데 이어 이미 진행 중인 여성의 유전체를 포함해 한국인 30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인 100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30대 남성의 개인 유전체 변이 정보는 ‘국제 공인 한국인 유전체 정보 1호’로서 국제 데이터베이스(미국생명공학정보센터)에 올라 5월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서 교수가 대표로 있는 연구소와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은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서양인 유전체를, 우리 연구팀이 아시아인 유전체를 분석하는 식으로 일을 나누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유전체를 초고속으로 해독하는 자동화기기를 4대 더 들여와 모두 8대를 갖추기로 했다.

연구팀은 평범한 한국인이나 연예인처럼 이름난 한국인의 유전체를 분석하거나 3억원씩 기부금을 낸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해 이른바 ‘한국인 게놈 전당’에 모으는 개인 유전체 캠페인을 이미 시작했다.

국가생물자원 정보관리센터(코빅)도 개인 유전체를 분석하는 사업을 올해 확대하기로 했다. 코빅은 1천명 규모의 유전체를 동시에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10명의 한국인 유전체 정보를 해독해 ‘참조 표준’으로 삼는 사업을 하기로 했다. 박종화(가운데) 센터장은 “이젠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보의 해독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찾는 분석이 중요하다”며 “어떤 염기서열 변이가 과거의 무수한 과학논문들에서 어떻게 규명됐는지 찾아내 개인의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해설하는 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원장 김성진·오른쪽)도 지난달 코빅과 함께 김성진 원장의 개인 유전체를 해독해 누리집에 모두 공개한 데 이어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상세한 연구 계획이 있다”고 밝혀 연구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유전체가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2003년 미국·영국이 중심이 된 최초의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GP)가 끝나면서 인간의 30억쌍 염기서열 정보가 낱낱이 공개됐다. 당시엔 개인의 유전체 차이는 아주 적어, 인간 유전체는 한 번만 정확히 해독하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이후엔 염기서열 중에서 정해진 부위의 염기 1개가 개인마다 다른 ‘단일염기다형성’이 질병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연구를 집중해 왔다. 수많은 단일염기다형성이 새로 발견됐다. 그러다가 2004년 새로운 사실이 보고됐다. 서 교수는 “개인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단일염기 차이 외에 ‘염기서열 반복’(CNV) 같은 변이도 개인 질병과 관련이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전체 전체를 해독하려는 데 다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2007년 무렵부터 염기서열을 초고속으로 해독하는 자동기기가 개발되면서 개인 유전체 연구가 불붙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가 1천명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사업을, 구글과 하버드대학 처치 교수 연구팀이 10만명 유전체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변화는 의료 분야에서만 예상되는 게 아니다. 박 센터장은 “또한 유전체 분석 장비의 값이 계속 떨어지면 개인이 농산물이나 식품에 들어 있는 유전체를 분석해 원산지와 유전자 변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잡지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는 한 과학장비업체의 예측을 인용해 “2013년엔 한 사람의 유전체를 1천달러의 비용으로 15분 안에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 유전체(게놈), 디엔에이, 유전자

생물 개체의 염색체에 담긴 모든 유전 정보를 총합해 유전체라 한다. 디엔에이는 유전체 중에서 아데닌(A)-시토신(C), 구아닌(G)-티민(T)의 네 가지 염기(30억쌍)가 이중나선 구조로 이어져 유전 정보를 보관하는 핵심 물질이다. 유전자는 디엔에이 중에서 단백질을 만들며 어떤 생체 기능을 수행하는 염기들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단일염기다형성(SNP)과 반복서열변이(CNV)

사람이 개인마다 다른 것은 유전체에 들어 있는 디엔에이 염기쌍 30억개 가운데 특정 부위에서 A, C, G, T 염기의 서열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대체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단일염기다형성은 어떤 유전자의 몇 번째 자리에 놓인 염기 1개가 다른 경우를 말하며(위 그림), 반복서열변이는 어떤 유전자의 염기 배열이 여러 차례 반복해 나타나는 변이를 말한다. 유전체를 1권의 책이라 하면, 단일염기다형성이란 몇 번째 문단 몇 번째 행의 몇 번째 철자가 어떤 사람은 A, 어떤 사람은 G 식으로 다른 것을 말하며, 반복서열변이는 똑같은 문단이 통째로 여러 번 반복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염기서열 부분이 아예 빠져 있거나 끼어들 때에도 개인차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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