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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당장은 병독성 적지만 ‘치명적 변이’ 가능성

등록 2009-05-05 19:34수정 2009-05-07 11:00

신종 H1N1 바이러스의 구조
신종 인플루엔자 A,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와 유전적 특성 달라
전문가에 듣는 ‘신종 플루’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플루엔자A( H1N1)’의 확산 추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그 정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신종 인플루엔자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망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에서 가축 바이러스 전문가로 활동 중인 윤경진 교수(아이오와대)한테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파악한 이 신종 인플루엔자의 실체를 이메일 문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윤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가 당장 병독성이 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 몸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위험하게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돼지가 왜 숙주동물로 주목받나?
포유류~조류 바이러스간 스와핑 일으켜

개-고양이가 옮길 가능성은?
사람 감염 보고 안돼…야생동물 더 의심

‘H1N1' 정체 따져보기

-왜 H1N1이란 이름으로 붙었나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게 학계의 관례이죠. 먼저 바이러스의 내벽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M의 형질 차이에 따라, 크게 인플루엔자 A, B, C형으로 나눕니다. 그 중에서 항원의 변화가 잦은 A형 바이러스는 다시 바이러스 표면에 붙은 HA와 NA라는 단백질의 차이에 따라 더 세분합니다. 지금까지 HA엔 16종, NA엔 9종이 발견됐습니다. 그러니까 HA와 NA의 가능한 조합은 144가지(16×9)입니다. 이 모든 유형이 조류한테서 나타나지만, 사람과 돼지한테서 발견된 것은 지금까지 H1N1, H1N2, H3N2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각 유전자 안의 변이도 커, 같은 H1N1이라 해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을 일으킨 H1N1과 이번 H1N1은 얼마나 다른가요?


“지금으로선, 신종 H1N1의 감염력과 병독성이 1918년 스페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보다는 분명히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종이 사람 숙주 세포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며 치명적으로 바뀔 수 있어 속단은 어렵고요. 염기서열 분석만으로 보면, 신종 H1N1은 요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아주 가깝지만, 1918년 H1N1은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신종 바이러스와 1918년 바이러스는 유전적 특성이 아주 다르지요.”

-‘위험한 H1N1’과 ‘덜 위험한 H1N1‘이 따로 있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물론 과학자들은 어떤 변이들이 병독성을 더 강하게 만들고 더 쉽게 전파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임상 증세를 일으키는 방식은 대부분 같습니다. 어떤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없을 때, 그 바이러스는 더 위험한 것이 되고 널리 퍼지죠. 신종 바이러스가 우려되는 것은, 첫째 지금까지 사람한테 나타난 적이 없던 바이러스라는 점, 둘째 (유전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가까우면서도) 사람 대 사람으로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새·돼지·사람 사이 ‘점프'

-돼지가 신종 바이러스를 만드는 숙주 동물로 주목받는 이유는 뭡니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들어가는 통로는 호흡기 세포에 있는 두 가지 수용체입니다. 한 가지는 포유류의 상부 호흡기에만 있어요. 다른 한 가지는 일반적으로 조류의 호흡기에서 발견됩니다. 그래서 조류와 포유류 바이러스는 서로 감염 대상이 다르죠. 그런데 돼지는 호흡기에 두 수용체를 모두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돼지는 포유류 인플루엔자는 물론이고 조류 인플루엔자에도 감염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돼지가 ‘혼합 숙주’로 불립니다. 두 종의 바이러스끼리 ‘유전자 교환(스와핑)‘을 일으켜 신종 바이러스를 만드는 엔진이라고도 부르죠. 돼지에서 만들어진 신종이 사람한테 ‘점프’할 수 있고 유행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최근 다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가 그랬듯이, 드물긴 하지만 사람이 돼지를 거치지 않고 조류 인플루엔자에 직접 감염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 호흡기에도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전혀 없진 않다는 얘기죠.”

-이번 신종 바이러스는 돼지와 무관합니까?

“돼지와 관련 있다는 증거가 아직 없습니다. 더 많은 역학 조사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신종 바이러스는 북미와 유라시아 계통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섞여 만들어진 변형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언제 일어났는지 답할 전문가는 현재 없을 겁니다. 어쨌든 공개된 염기서열 데이터로 볼 때, 신종은 요즘 돼지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이러스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최근 캐나다에선 신종 H1N1이 사람에서 돼지로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벌써 이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올 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이 사례를 빼면 지금까지 모든 감염이 사람한테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종은 사람 몸에 적응한 변이라고 보는 게 합당할 것 같습니다.”

-개나 고양이 등이 인플루엔자를 옮길 가능성은 없나요?

“최근 미국에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했습니다. 말에서 유래한 바이러스입니다. 사람이 감염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을 위협했던 적은 없지요. 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진화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족제비 같은 야생 포유동물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보존·전파에 어떤 구실을 하지 않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백신·치료제의 대응 전략

-백신과 치료제는 어떤 원리로 작용하나요?

“말씀드린 대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껍질에는 두 가지 단백질이 붙어 있어요. HA와 NA이지요. HA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중요하고, NA는 복제 증식이 다 일어난 뒤 감염된 숙주 세포에서 바이러스들이 빠져나오게 돕는 단백질이지요. 두 단백질이 예방·치료제 개발의 타깃입니다. 백신은 HA의 기능을 차단해,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달라붙지 못하게 막습니다.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NA의 기능을 방해해, 증식한 바이러스들이 감염된 세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지요. 몸 안에서 다른 곳으로 퍼지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인플루엔자에 이미 감염된 사람을 치료할 때 씁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변화무쌍해서, 해마다 전 해에 유행했던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료를 분석해 다음해에 유행할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지만 예측이 실패하는 일도 꽤 있지요.”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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