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안압 때문에 생긴다. 댐을 잘못 설계해 댐벽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녹내장이 심한 정도에 따라 시각신경과 혈관들이 손상되는 것을 시각신경 검사를 통해 볼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하리하라 눈을 보다
(11) 녹내장
(11) 녹내장
▶ 하리하라 본명 이은희. 생물학을 전공해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우연히 인터넷 블로그에 썼던 글들이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등 책으로 묶여 나오면서 과학언론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현재는 과학작가이자 강연자로 살고 있다. ‘하리하라’라는 인터넷 아이디를 필명으로, 세상에 퍼져 있는 과학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걷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겨레> 토요판에서 격주로 ‘인간의 눈’과 본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흘러야 함에도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물의 위력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가둬진 물이 위험한 것은 사실 물의 피할 수 없는 속성이라기보다는 지구라는 환경에서 오는 중력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물은 중력의 영향을 거부할 수 없기에, 늘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성질을 가진다. 중력에 의해 더 낮은 곳으로 임하고픈 물의 열망은 종종 자신을 가두고 속박하는 존재를 터트릴 만큼 강력하다. 개인적으로 고인 물의 위력을 몸으로 실감한 건 10여년 전쯤이다. 당시 난 특정 시술의 부작용으로 복수가 차오르는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복수가 차면 상대적으로 혈액 내 수분량이 줄어들어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혈전이 심혈관이나 뇌 등에서 만들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기에 혈액이 마르지 않도록 혈장 단백질인 알부민을 링거로 공급받는 동시에 이온음료를 하루에 6ℓ씩 마시라는 처방이 내려졌다. 하지만 혈전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표면적으로 가장 힘든 증상은 물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었다. 마치 무거운 쇳덩어리를 뱃속에 품고 있는 듯, 물은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든 중력의 방향으로 몰리며 몸 안에서 나를 짓눌렀다. 장이 눌려 터질 것 같고 신장이 짜부라지는 듯한 느낌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알부민도 이온음료도 단지 혈액 속 수분량을 늘려 혈전이 생기는 것을 줄여줄 뿐, 복수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었기에 유일한 해결책은 복수를 인공적으로 빼내는 것뿐이었다. 커다란 주사기를 꽂아 복수를 빼내는 방법은 사뭇 엽기적이기는 하지만, 몸 안의 물이 주는 압력이 사라지며 내장이 원래의 형태를 갖춰갈 때의 후련하고 시원함에 비하면 기꺼이 참을 수 있는 것이었다.
변기 막힌 것 모르고 물 내린 것처럼…
눈, 즉 안구는 동그란 모양이다. 하지만 단단하지 않다. 단단하지 않은 물체가 중력과 기압에 저항해 원래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주변의 기압보다 내부 기압이 낮으면 물체는 찌그러지며, 반대의 경우에는 부풀어 오르다가 터질 수 있다. 차가운 곳에 넣어둔 풍선이 찌그러지거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 날계란이 폭탄으로 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눈 역시도 제대로 모양을 갖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빛을 받아들이고 상을 맺히게 하는 눈의 특성상, 약간의 모양 변화로도 초점이 틀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안구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일차적으로 담당하는 것은 유리체(vitreous body)다. 눈의 내부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채우고 있는 유리체는 젤라틴처럼 생긴 진득하고 투명한 겔 형태의 물질로, 이들이 눈이 공 모양을 유지하는 일차적인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하지만 눈은 풍선처럼 단순한 구조가 아니기에 이것만으로는 안구 전체뿐 아니라, 안구를 구성하는 각각의 부속물들을 정확한 형태로 유지시키는 데는 부족하다.
이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이다. 눈은 가장 외부에 각막이 있고, 그 안쪽으로 빛의 유입량을 조절하는 홍채와 수정체가 있고, 그 안쪽이 유리체로 채워진 구조다. 수정체는 물체의 원근에 따라서 두꺼워지거나 얇아지면서 빛의 꺾임을 조절하는데, 이를 도와주는 것이 수정체 끝에 붙은 일종의 근육이자 신축성 좋은 고무줄 구실을 하는 섬모체(다른 말로 수정체의 모양을 결정해서 모양체라고 부르기도 함)다. 즉, 수정체가 스스로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하는 것이 아니라 섬모체가 수축해서 짧아지면 수정체는 잡아당겨져 얇아지고, 섬모체가 이완되어 느슨해지면 수정체는 잡아당기는 힘이 사라져 원래대로 둥근 모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어쨌든 수정체와 섬모체로 인해 안구 내부에는 하나의 격벽이 생겨나고 이로 인해 눈 내부와 각막 사이에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공간이 비어 있다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즉, 외부에서 누르는 기압과 이 기압에 대응하기 위해 안구 내부에 가득 채워놓은 유리체가 밀어내는 압력 때문에 수정체와 각막은 양쪽에서 밀어대는 힘으로 서로 딱 달라붙거나 찌그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수정체가 원활하게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눈은 수정체와 각막 사이의 공간에 적절한 압력을 가진 액체를 채워 이를 보완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방수다.
방수(房水, aqueous humor)란 말 그대로 ‘방에 든 물’이라는 뜻을 지닌 액체로, 섬모체에서 만들어진다. 자신으로 인해 생긴 공간이니 스스로 책임지고 여기를 채워넣겠다는 섬모체의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출신인 셈이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 각막 안쪽의 방에 들어참으로써 각막의 형태를 유지시키고, 투명성을 위해 혈관을 포기한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것은 방수가 고인 물이 아닌 순환되는 물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포함한다. 고여 있다면 지속적인 영양 공급은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따라서 모양체는 분당 2~3㎕의 방수를 만들어 꾸준히 공급하고, 홍채 뒤에 위치한 섬모체에서 만들어진 방수는 동공을 통해 홍채 앞으로 나온 뒤 홍채의 뿌리와 각막의 안쪽 끝부분에 위치한 일종의 배수구를 통해 흘러나간다. 방수가 흘러나가는 배수구를 섬유주(trabecular meshwork)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방수는 섬유주를 통과하고, 슐렘관(Schlemm’s canal)에 모인 후 상공막 정맥(episcleral vein)을 통해 심장으로 다시 들어가 혈액과 만나고, 섬모체는 흘러나간 만큼의 방수를 다시 공급해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이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동그랗지만 단단하진 않은 안구
수정체와 각막 사이에 채워진
과도한 방수로 안구 전체가 눌려
눈 내부의 압력이 상승하면
녹내장이라는 치명적 결과 낳아 시각신경 위축돼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시력 잃는 녹내장
백내장은 ‘하얀 어둠’이라지만
녹내장은 ‘초록색 어둠’은 아냐
급성 녹내장은 바다색 동공 눈동자 커지는 선천성 녹내장 이처럼 평상시 방수는 눈의 구조와 시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적정량이 제대로 흘러야 한다는. 만약 방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한다면 방수가 안 만들어지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초래된다. 변기나 하수구가 막힌 것을 모르고 물을 내렸다가 처참한 상황을 겪은 사람은 많다. 흐르는 물길을 막았다가 주변의 생태계를 파탄시켰다거나, 가둬둔 물 혹은 조직이 썩고 부패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제구실을 다한 방수는 흘러나가야 하는데, 만약 어떤 이유로든 방수를 배출하는 배수구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이 과정이 원활해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얼른 수도꼭지를 잠가 더 큰 불상사를 막을 수도 있지만, 눈 안의 방수 생성 시스템에는 수도꼭지가 없기에 잠글 수도 없다. 방수가 빠지건 말건 섬모체는 계속해서 방수를 만들어내니 결국에는 과도한 방수로 인해 안구 전체가 눌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방수의 배수 불량으로 인한 눈 내부의 압력 상승을 ‘안압이 높아졌다’고 표현하며, 안압 상승은 상당수가 녹내장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녹내장은 시각신경이 위축되어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그대로 방치하면 시각신경의 괴사로 시력을 상실하는 질환을 말한다. 백내장(白內障)이 수정체가 하얗게 변하며 시야를 가리는 질환으로 ‘하얀 어둠’이라고 묘사되기에, 녹내장(綠內障·glaucoma) 역시도 ‘녹색’과 연관이 있다는 선입견을 자아낸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심한 안압 상승과 각막 부종으로 내부가 혼탁해지면서 동공의 색이 불투명한 푸른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글라우코마(glaucoma)라는 단어에는 청록색 혹은 올리브색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한번 동공이 바다색으로 변하면 시각은 파괴된다’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녹내장은 그리스어로 올빼미를 뜻하는 글라우코스(glaukos)나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현상을 의미하는 글라우소(glausso)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유추하기도 한다. 선천성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경우, 안구 내부의 높은 압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어린아이의 눈 조직과 만나면서 홍채가 확장되어 번쩍번쩍 빛나는 듯한 매우 큰 눈동자(소눈증·buphthalmos)를 가지게 되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녹내장의 다양한 갈래 중 눈동자가 바다색으로 변하는 급성 녹내장과 눈동자가 커지는 선천성 녹내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성인이 된 뒤-그것도 40살을 넘긴 뒤-에 주로 나타나며 증상도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 녹내장인데, 이 경우 앞서 말한 바다색 동공이나 커다란 눈동자는 특징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즉, 초록색 어둠으로 실명하는 질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어떻든 간에 녹내장은 시각신경의 위축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시각신경이 위축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방수의 배출 불량으로 인한 안압 상승이다. 일반적인 안압은 10~21㎜Hg(평균 15㎜Hg)이므로, 안압이 22㎜Hg 이상이거나 정상 범위에 속하더라도 양쪽 눈의 안압 차이가 5㎜Hg가 넘어가면 일단 녹내장 발생 여부를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안압은 나이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현재는 40살이 넘으면 정기적으로 안압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노화 현상의 하나로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뻣뻣해지면서 홍채 쪽으로 밀려나 방수가 흐르는 길목도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방수가 배출되는 배수구인 섬유주의 구조 변화나 배수관 역할을 하는 슐렘관에 문제가 생기는 등 다양한 이유로 방수 배출에 이상이 나타나면 안압은 높아진다. 0.2㎖에 불과한 방수의 힘
그렇다면 안압 상승이 어떻게 시력 상실로 이어지는 것일까? 안압이 상승하면 시신경도 눌려 위축되기 마련이고, 이 압력이 해소되지 못하고 지속되면 계속된 압박에 견디다 못한 시신경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는데, 시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뇌로 영상이 전달되지 못하므로 결국에는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전선이 가구 밑에 눌리거나 끼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기 마련인데, 이유는 지속적인 압력은 전선에 손상을 주어 끊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압력을 받는 시신경은 결국 위축되다가 괴사되어 실명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티브이 뒤에 꽂는 안테나선이 빠지거나 끊어지면 멀쩡한 티브이와 정상적인 방송 송신에 상관없이 티브이를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나마 티브이라면 빠진 선을 다시 제대로 꽂거나 혹은 끊어진 안테나선을 새것으로 교체하면 되지만 한번 죽어버린 시신경은 현재까지는 무슨 수를 써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은 매우 치명적이다. 그런데 이토록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겨우 0.2㎖에 불과한 방수가 제대로 배수되지 않은 탓이라니. 우리의 눈이 얼마나 예민하고 정교한 장치인지에 대한 감탄과 동시에 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놓아두어야 한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얼마나 깊고 다양한 방면에 두루 쓰이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의 눈에서 진짜로 제대로 흘러야 하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어쩌면 방수일지도 모른다.
이은희 과학 작가
수정체와 각막 사이에 채워진
과도한 방수로 안구 전체가 눌려
눈 내부의 압력이 상승하면
녹내장이라는 치명적 결과 낳아 시각신경 위축돼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시력 잃는 녹내장
백내장은 ‘하얀 어둠’이라지만
녹내장은 ‘초록색 어둠’은 아냐
급성 녹내장은 바다색 동공 눈동자 커지는 선천성 녹내장 이처럼 평상시 방수는 눈의 구조와 시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적정량이 제대로 흘러야 한다는. 만약 방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한다면 방수가 안 만들어지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초래된다. 변기나 하수구가 막힌 것을 모르고 물을 내렸다가 처참한 상황을 겪은 사람은 많다. 흐르는 물길을 막았다가 주변의 생태계를 파탄시켰다거나, 가둬둔 물 혹은 조직이 썩고 부패해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제구실을 다한 방수는 흘러나가야 하는데, 만약 어떤 이유로든 방수를 배출하는 배수구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이 과정이 원활해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얼른 수도꼭지를 잠가 더 큰 불상사를 막을 수도 있지만, 눈 안의 방수 생성 시스템에는 수도꼭지가 없기에 잠글 수도 없다. 방수가 빠지건 말건 섬모체는 계속해서 방수를 만들어내니 결국에는 과도한 방수로 인해 안구 전체가 눌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방수의 배수 불량으로 인한 눈 내부의 압력 상승을 ‘안압이 높아졌다’고 표현하며, 안압 상승은 상당수가 녹내장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녹내장은 시각신경이 위축되어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그대로 방치하면 시각신경의 괴사로 시력을 상실하는 질환을 말한다. 백내장(白內障)이 수정체가 하얗게 변하며 시야를 가리는 질환으로 ‘하얀 어둠’이라고 묘사되기에, 녹내장(綠內障·glaucoma) 역시도 ‘녹색’과 연관이 있다는 선입견을 자아낸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에는 갑작스러운 심한 안압 상승과 각막 부종으로 내부가 혼탁해지면서 동공의 색이 불투명한 푸른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글라우코마(glaucoma)라는 단어에는 청록색 혹은 올리브색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한번 동공이 바다색으로 변하면 시각은 파괴된다’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녹내장은 그리스어로 올빼미를 뜻하는 글라우코스(glaukos)나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현상을 의미하는 글라우소(glausso)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유추하기도 한다. 선천성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경우, 안구 내부의 높은 압력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어린아이의 눈 조직과 만나면서 홍채가 확장되어 번쩍번쩍 빛나는 듯한 매우 큰 눈동자(소눈증·buphthalmos)를 가지게 되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녹내장의 다양한 갈래 중 눈동자가 바다색으로 변하는 급성 녹내장과 눈동자가 커지는 선천성 녹내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성인이 된 뒤-그것도 40살을 넘긴 뒤-에 주로 나타나며 증상도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 녹내장인데, 이 경우 앞서 말한 바다색 동공이나 커다란 눈동자는 특징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즉, 초록색 어둠으로 실명하는 질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어떻든 간에 녹내장은 시각신경의 위축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시각신경이 위축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방수의 배출 불량으로 인한 안압 상승이다. 일반적인 안압은 10~21㎜Hg(평균 15㎜Hg)이므로, 안압이 22㎜Hg 이상이거나 정상 범위에 속하더라도 양쪽 눈의 안압 차이가 5㎜Hg가 넘어가면 일단 녹내장 발생 여부를 염두에 두고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안압은 나이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현재는 40살이 넘으면 정기적으로 안압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노화 현상의 하나로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뻣뻣해지면서 홍채 쪽으로 밀려나 방수가 흐르는 길목도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방수가 배출되는 배수구인 섬유주의 구조 변화나 배수관 역할을 하는 슐렘관에 문제가 생기는 등 다양한 이유로 방수 배출에 이상이 나타나면 안압은 높아진다. 0.2㎖에 불과한 방수의 힘
이은희 과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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