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제공
연구팀, 일하던 개미 지치면 일 시작
공동체의 장기 존속 위해 필요
공동체의 장기 존속 위해 필요
공동체가 오래 유지되려면 누군가는 놀아야 한다?
개미의 집단생활에 대한 연구에서 이런 가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17일 하세가와 에이스케 홋카이도대학 교수(진화생물학) 연구팀이 개미 집단의 장기 존속을 위해 일하지 않는 개미가 일정 부분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16일 영국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나온 개미의 생활습성에 대한 연구를 보면,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만 모아 집단을 구성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일하지 않는 개미가 반드시 20~30% 정도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자연계의 ‘비효율적 존재’로 취급받아온 이 ‘게으름뱅이 개미’들의 존재 이유를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일본에 서식하고 있는 개미의 한 종류인 시와쿠시개미(뿔개미속의 한 종류)를 사육해 한 마리 한 마리에 특정한 색을 입혀 개체 식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1달 정도가 시간이 지난 뒤 1200마리로 구성된 8개 개미 집단의 행동을 관찰했다. 개체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게 되자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각 개미 집단에선 이번에도 일하지 않는 개미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그냥 놀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일하던 개미가 지쳐 휴식에 들어가게 되면, 이들을 대신해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든 개미가 한꺼번에 일하고 동시에 피곤해지는 집단과, 개미의 일하는 정도가 제각각인 경우를 비교했다. 근면한 개미만 모인 집단은 모두가 지쳐 버려 집단 존속에 꼭 필요한 알의 뒷바라지 작업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게으른 개미가 있는 집단이 성실한 개미로만 구성된 집단보다 오래 존속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세가와 교수는 17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하지 않는 개미가 일정 정도 포함된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집단의 존속에 불가결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간 조직도 단기적인 효율이나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론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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