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 마지막날인 2월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궁내동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교통 상황을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교통예보 어떻게 하나
오는 6월6일 현충일은 토-일-월로 이어지는 연휴다. 한국도로공사는 연휴 기간에 1393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연휴 첫날인 4일에는 495만대, 5일에는 459만대, 마지막날인 6일에는 439만대가 통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로공사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통행량을 예측했을까? 김용진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예보정보차장은 “평상시 고속도로 통행량은 요일·시간별로 거의 일정한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돌려 비교적 쉽게 예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명절이나 연휴 때는 과거 같은 패턴인 경우를 찾아 도로의 신설·폐쇄·공사 상황과 사회상 변화 등을 반영해 통행량을 추산한다”고 말했다.
2007년 설 극심한 정체로 시작
통행 패턴과 도로 신설 반영하고
토박이·지역내 이동 증가도 고려해 기상예보는 우산 써도 비 안 그치지만
교통예보는 심리 변화 일으켜야 ‘성공’
틀려야 좋은 교통예보의 ‘역설’ 최근 현충일이 연휴였던 때는 2011년과 2014년 두번 있었다. 박철현 도로공사 교통상황실 과장은 “가장 가까운 연휴 때를 비교하는 것이 좋지만 2014년 현충일 데이터는 ‘세월호 사건’ 직후여서 일반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예측은 주로 2011년 교통량을 토대로 그동안 늘어난 차량 대수, 최근 교통흐름 추세 등을 반영해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번과 똑같은 토-일-월 패턴이던 2011년 현충일 연휴에는 1203만대, 금-토-일 패턴이던 2014년에는 1213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고속도로 통행량을 계산할 때는 정치·사회적 변인도 고려해야 한다. 몇해 전 명절 아침 7시께 서울톨게이트에 많은 차량이 몰리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통행료 징수 직원이 운전자 50명한테 물어보니 17명이 처가에 간다고 답변했다. 풍속이 바뀐 것이다. 또 최근에는 명절 기간 서울 도심의 정체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5년 명절 연휴 때 수도권 안에서 움직이는 내부통행이 60%였던 데 비해 지난해에는 68%로 늘어났다. 도로교통연구원이 원인을 찾기 위해 출생지, 거주지, 묘역의 분포 등과 교통량을 분석해보니 출생지와 거주지가 같은 토박이와 수도권 봉안 기수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었다. 지방에서도 같은 지역간 이동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로공사가 교통예보를 시작한 것은 2008년 설 연휴 때부터였다. 2007년 설에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 가는 데만 몇시간을 기다리는 심한 정체를 겪은 뒤 통행 분산을 위한 교통예보 제도를 도입했다. 초대 교통예보관을 지낸 남궁성 도로교통연구원 교통연구실장은 “1993년부터 고속도로에 통행 검지기와 교통상황감시카메라(시시티브이) 등을 설치해 교통량 계측 시설은 충분히 구축됐다. 하지만 몇대가 통과를 했고 어느 구간을 가는 데 몇시간이 걸렸다는 과거 정보는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데 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고속도로 4114㎞에는 1㎞마다 차량 검지기가 깔려 있다. 또 교통상황감시카메라가 3000여대(터널 안 방재용 1000대 포함), 하이패스 검지기가 995곳 설치돼 있다. 톨게이트 380곳에서도 차량의 입출 데이터가 잡힌다. 이들 시설에서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하루 390만대 차량들이 7천만건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보량이 연간 8테라바이트에 이른다.
하지만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교통흐름을 공기나 물처럼 유체역학으로 예측해내기 어렵다. 교통흐름은 차량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유체역학으로만 따지면 앞쪽이 뚫려 있을 때 막히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이 앞차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인지반응시간이 1.2초 정도 된다. 그러나 운전 습관에 따라 차량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끼어들기를 한다든지 전화 통화 등 딴짓을 하는 경우 움직이는 병목(무빙 보틀넥) 현상이 나타난다. 차량 한 대가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한 것이 얼마 뒤 정체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심리로 생긴 정체는 심리로 풀어야 한다. 교통예보의 목표는 정확한 예측을 통해 미리 정체 상황을 알아내고, 예상된 집중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것이다. 남 실장은 “예측은 공학이지만 전달은 인문학이다. 오후 3시에 정체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말과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정체가 차츰 풀릴 것이라는 말은 같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고 말했다. 교통예보는 예보관과 운전자가 함께 득을 보는 ‘윈윈의 심리전’이다.
명절이나 연휴 때 통행량이나 통행시간 예측치를 발표하는 것은 출발시간이나 이용 도로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예보로 인한 분산 효과는 공간보다는 시간이 더 크다. 명절 이틀 전에는 사람들이 교통정보에 따라 잘 안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 교통예보가 90% 정도 맞는다. 반면 명절 당일과 앞뒷날에는 교통정보에 귀를 많이 기울여 적중률이 그보다는 떨어진다. 교통예보관도 명절 이틀 전에는 교통 상황 위주로 사실만 전달한다. 그러나 명절 연휴 때는 ‘고향 가는 데 여유가 있으신 분은 오전보다 오후에 출발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구체적인 권유를 넣어 예보를 한다. 남 실장은 “기상예보를 듣고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나가도 비는 안 그친다. 반면 교통예보는 사람들이 도로가 정체된다는 정보를 듣고 마음을 바꿔야 길이 안 막히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명절이나 연휴 때면 교통예보관은 교통센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시티브이로 고속도로 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검지기로 들어오는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경험과 직관으로 판단해 운전자들에게 알릴 정보를 생산한다. 보통 수도권에 들어오는 6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이 2만대 이하로 내려가야 정체가 풀린다. 또 하나의 기준은 서울-대전 간 통행 시간이다. 실제 그 구간을 지나지 않는 운전자도 명절 때 출발하는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구간의 소요 시간이 3시간50분에서 4시간대로 넘어가면 예보관들은 대책회의를 시작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통행 패턴과 도로 신설 반영하고
토박이·지역내 이동 증가도 고려해 기상예보는 우산 써도 비 안 그치지만
교통예보는 심리 변화 일으켜야 ‘성공’
틀려야 좋은 교통예보의 ‘역설’ 최근 현충일이 연휴였던 때는 2011년과 2014년 두번 있었다. 박철현 도로공사 교통상황실 과장은 “가장 가까운 연휴 때를 비교하는 것이 좋지만 2014년 현충일 데이터는 ‘세월호 사건’ 직후여서 일반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예측은 주로 2011년 교통량을 토대로 그동안 늘어난 차량 대수, 최근 교통흐름 추세 등을 반영해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번과 똑같은 토-일-월 패턴이던 2011년 현충일 연휴에는 1203만대, 금-토-일 패턴이던 2014년에는 1213만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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