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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주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지?

등록 2016-07-18 10:27수정 2016-07-18 14:04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로켓 쏘던
60~70년대는 한국 우주과학 전성기

미-소냉전 ‘아폴로 계획’의 압승과
‘컴퓨터의 시대’ 되면서 잊혀지다
국내 최초로 우주비행사가 나온 영화는 1967년 <대괴수 용가리>였다.
국내 최초로 우주비행사가 나온 영화는 1967년 <대괴수 용가리>였다.
한국 최초로 우주비행사 역을 맡았던 배우는 누굴까? 무려 50년 전의 일이다. (이 배우는 놀랍게도 지금 현재까지 왕성하게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1967년에 개봉했던 <대괴수 용가리>. 그런데 이 작품 이후로 우주인이 나오는 국산 에스에프(SF)영화의 맥은 사실상 끊어졌다. 그 결과 어느덧 우리는 서양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주에스에프영화에만 익숙해져버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1957년에 옛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스푸트니크 쇼크’에 휩싸였다. 과학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우주개발’이 되었고, 이런 추세는 당연히 대중문화에도 반영되어 당시 어린이·청소년들의 꿈은 우주비행사 아니면 우주과학자가 대세였다. 우리나라 각 언론사에 과학부나 과학전문기자가 탄생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당시의 신문, 잡지, 방송, 출판 등 모든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우주시대의 장밋빛 미래상을 내놓았다. 아마추어 로켓 동아리나 천문관측 동아리들이 속속 생겨나고 전국과학전람회에 로켓이나 인공위성이 출품되기도 했다. 1959년에는 최초의 국산 로켓이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우주복을 입은 한국인의 이미지가 처음으로 친숙해진 시대였다.

대한우주항행협회. 에스에프소설에 나오는 이름이 아니라 1959년에 실제로 발족한 단체이다. 게다가 단순한 동호인 모임 차원을 넘어 서울대 공대와 한양대 공대, 한국항공대, 국방과학연구소, 공군의 교수들이 모인 전문가 집단이었다. (초대 회장은 정낙은이었는데, 그는 한국전쟁 직전에 설치된 국방부과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1960년대에는 건설부 장관을 지냈다.) 이 단체가 만약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면 한국의 우주개발사는 꽤 다르게 쓰였을 터이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주과학 관련 단체로서 핵융합 로켓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영국행성간협회(BIS) 못지않게 독자적인 업적을 쌓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같은 해에 함께 창설된 한국학생우주과학연구회는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회나 심포지엄 개최 등 우주과학 문화 보급과 확산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60년대 전형적인 우주소년 이미지.
1960년대 전형적인 우주소년 이미지.

1960년대 출간되어 20년 넘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한낙원의 <금성탐험대>.
1960년대 출간되어 20년 넘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한낙원의 <금성탐험대>.

우주시대가 저물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우주개발로 소련과 체제 경쟁을 하던 미국이 아폴로계획 등으로 압승을 거둔 뒤 투자를 대폭 축소한데다, 80년대에 접어들자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이들은 이제 우주선에서 피시(PC)와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은 70년대 말에 독자적인 발사체(로켓)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1979년의 10·26사건 이후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이 분야 연구가 사실상 단절되었다. 이때 수십년 후퇴한 우주개발 기술은 2013년에야 한국형 발사체인 나로호의 발사 성공으로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최초로 우주비행사를 연기한 배우는 이순재이다. 그의 뒤를 이어 멋진 우주인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줄 배우는 누가 될까? 비록 우리나라가 현실에서 독자적으로 달이나 화성 탐사를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마션> 같은 스토리를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고개를 처박고 사는 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시 하늘로 고개를 들게 해야 하지 않을까? 과학기술 가속 발달의 시대에 시공간적 시야의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서울SF아카이브 대표, 사진 서울SF아카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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