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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한국전쟁 중 부산에 뜬 UFO…한눈판 이는 소매치기 당하고

등록 2016-08-01 14:11수정 2016-08-01 14:18

박상준의 과거창

50년대부터 이어진 ‘비행접시’ 신드롬
우주과학시대 신화와 공포 계속돼

우리 현대사에서 ‘우주’가 처음으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언제였을까?

1957년의 ‘스푸트니크 쇼크’를 떠올릴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은 그보다 몇 해 앞서서 ‘비행접시’ 열풍이 먼저 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에 ‘비행접시를 타고 온 외계인을 만났다’는 조지 아담스키의 책이 번역, 출판된다. 직접 촬영했다는 비행접시 사진들까지 실린 책은 곧장 초판이 매진되는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광범위하게 확산시켰다. 쇄를 거듭할 정도로 반응이 이어지자 이듬해엔 다른 출판사에서도 아담스키의 책을 냈다. 로켓이나 인공위성 등 과학기술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외계에서 온 우주인’이라는 스토리가 평소 과학에 별 관심 없는 일반인들의 호기심까지 끌어냈던 것이다.

오늘날 적잖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유에프오(UFO)는 외계인이 탄 우주선’이란 통념의 토대는 바로 그때부터 구축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내용이 오랜 세월 동안 어린이·청소년 잡지 등에 반복 수록되면서 세대가 바뀔수록 유에프오의 외계인 우주선설은 점점 더 강화되었다. 아담스키의 책도 90년대까지 계속 재출간되었다. (정작 아담스키는 ‘토성에서 열리는 태양계 회담에 간다’는 등의 주장을 하다가 60년대 중반에 세상을 떠났는데, 여러 사람들이 면밀한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그가 ‘매우 세련된 사기꾼’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찍은 사진들도 조작으로 판명되었다.)

토성에서 열리는 태양계 회담에 간다고 주장하던 조지 아담스키의 비행접시와 관련한 책은 국내에서도 출판돼 인기를 얻었다.   서울SF아카이브 제공
토성에서 열리는 태양계 회담에 간다고 주장하던 조지 아담스키의 비행접시와 관련한 책은 국내에서도 출판돼 인기를 얻었다. 서울SF아카이브 제공
1954년 9월 서울 상공 동북부에 광채가 이틀 동안 연달아 보였다는 사실을 전한 <경향신문> 기사.
1954년 9월 서울 상공 동북부에 광채가 이틀 동안 연달아 보였다는 사실을 전한 <경향신문> 기사.

사실 비행접시는 아담스키의 책이 나오기 이전부터도 낯선 개념은 아니었다. 국내외의 비행접시 목격담이 여러 차례 신문 지상에 실린 바 있고, 미 공군이 50년대 초부터 ‘미확인 비행물체’라는 의미의 기술적 용어인 ‘유에프오’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사례들이 체계적으로 수집되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8월에 피난도시 부산에서는 연이틀 비행접시가 나타나서 많은 화제가 된 바 있다. 심지어 그걸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모두 하늘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소매치기가 쓸고 지나갔다는 가십기사까지 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나중에 중앙기상대에서는 그 정체가 김해나 수영에서 띄운 기구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행기나 기구, 인공위성, 천체, 착시 등등 유에프오의 실체는 대부분 밝혀지지만, 여전히 1~2%는 정체가 오리무중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고 명확하게 판명된 경우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오히려 과학이 제시하는 합리적인 사고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유에프오의 외계인 우주선설은 어떻게 열광적인 추종자층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어쩌면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해석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비행접시가 우주과학시대의 신화로서 현대인의 집단무의식이 투영된 결과라고 봤다. 불안과 혼란, 자아박탈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유에프오를 보는 시선에는 어떤 구원의 기대를 담는 종교적 모티브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어쩐지 납득이 될 법한 설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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